[ET단상]우주강국 유럽과 우주산업 협력하자

Photo Image

우리나라는 지난 40여년 동안 에너지와 인력이 대량 소요되는 장치형 산업으로 국가 발전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등 후발 신흥 산업 국가들의 추격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대내외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풀어 나가려면 국가의 산업 육성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강소기업 병행 육성 정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우주 산업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산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소량 다품종 대표 산업으로 분류되며, 기술 집약형 첨단 기술이 확보돼야만 산업화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분야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우주 강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우주 선진국에 비해 30~40년 늦게 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12일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 한·프랑스 우주포럼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된 가운데 양국의 정부 고위관료, 관련 기관 및 민간 우주산업체 최고경영자(CEO) 등 관계자가 대거 참석해 우주 협력 방안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졌다.

우리나라와 프랑스 간 우주 분야 협력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에는 우리별1호(KITSAT-1) 위성, 1993년에는 우리별2호(KIT SAT-2) 위성을 프랑스 아리안 로켓에 탑재해 우주 공간으로 쏴 올렸다. 2010년에는 유럽 상업 위성 업체인 아스트리움과 천리안위성을 공동 개발, 아리안 로켓을 이용해 우주로 발사하는 등 우주 분야에서 양국 협력은 오래 전부터 이뤄져 왔다.

이번 한·프랑스 우주포럼 개최에서 알 수 있듯 유럽의 우주 산업 규모는 미국에 이어 예산과 함께 세계 2위권이다. 현재 유럽우주기구는 아리안6 발사체 개발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또 저궤도 브로드밴드 위성, 정지궤도 인터넷 위성, 고해상도 위성 등 다양한 우주 기술 개발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함으로써 우주 개발 리더로서의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유럽 국가와 비교해 우주 산업의 양 및 질 측면에서 현격한 격차가 있음에도 상호보완 발전할 수 있는 분야를 목표로 전략 차원의 협력을 모색할 단계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유럽 국가의 강점인 위성 제작, 과학 탐사, 지구 관측, 발사체 분야 등에서의 경험과 노하우에 바탕을 두고 한국이 필요로 하는 우주 사업과 우주 탐사 등에서의 협력은 매우 필요하다. 전망도 좋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한국의 강점인 정보기술(IT), 전자, 인터넷, 기계 등 분야의 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유럽 국가와 우주 협력 사업을 모색하는 것도 좋은 사업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한·프랑스 우주포럼에 참석한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관료가 밝힌 바와 같이 한국 우주 개발 정책의 기조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주 산업, 특히 위성 개발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기능을 핵심·원천 기술 개발 중심으로 재편하고, 위성 설계 및 제작 등은 민간 산업체가 주도해서 수행하는 형태로 국가 정책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국가 우주 개발 정책의 변화는 침체된 국내 우주 산업을 활성화하고 우리나라의 우주 산업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 jsryoo@apspace.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