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서 세포·동물 `성별` 중요 변수로…특히 바이오산업 무역장벽 막힐 수 있어

과학 연구에서 `성별`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에서 젠더 혁신이 필요하며, 과학기술기본법 등에 젠더혁신 지원정책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여성과총)는 19일 국회에서 `과학기술 젠더혁신 정책방향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이숙경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젠더혁신연구, 어떻게 해야 하나` 주제강연에서 “동물이나 세포 성별을 고려해 사용하지 않으면 실험에 사용된 동물·세포와 같은 성별을 가진 환자는 인구의 2분의 1뿐”이라면서 “남성과 여성 세포, 조직, 동물을 구분해 쓰지 않으면 사실과 다르게 편중된 결과와 정보를 얻게 되고 이는 임상연구로 이어지면서 환자에게까지 적용된다. 실험에서 성별 균형을 맞추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1997~2000년 사이 미국 시장에서 회수된 처방약의 예를 들었다. 그는 “이 기간 의약품 10종 중 8종이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었다”면서 “전임상, 임상시험 과정에서 여성이 실험 대상에서 배제됐고, 성별 부작용 가능성을 간과한 결과로 환자 희생과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임상연구에 여성이 거의 포함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문제점 때문에 1986년부터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임상연구에 여성을 포함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NIH는 올해 1월부터 척추동물과 인간에 대한 모든 연구제안서를 작성할 때 연구전략 부문에 성을 하나의 변수로 고려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교수는 “남녀 세포는 염색체가 다르기 때문에 세포 실험에서도 `성별`을 가려서 실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과학자와 호주 과학자들이 골수줄기세포 이식 공동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예로 들었다. 그는 “골수줄기세포 생쥐 실험에서 어떤 때는 성공적 결과를 얻었고, 어떤 때는 이식받은 생쥐가 모두 죽었다”면서 “데이터 성별로 분석하자 실험에 사용된 골수줄기세포가 모두 암컷의 것으로 이식은 암·수 생쥐에게 모두 이뤄졌고 수컷 생쥐는 죽었다”고 설명했다. 성별을 고려하지 않은 줄기세포 이식은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암, 수컷 동물을 함께 실험하기 위한 인력보충, 실험 규모 확대로 필요한 연구비를 늘려줘야 하며 실험 결과를 발표할 때 성별 표기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 번째 주제강연을 맡은 이혜숙 젠더혁신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성 분석 여부가 향후 바이오산업(BIO Industry)에 무역장벽으로 대두될 수 있다”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기본법 등에 젠더혁신 지원정책을 반영하고, 연구지원 기관에서 구체적 정책지원 방안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연구비 지원에 반영하고 연구비 제안서 양식, 평가자 풀 확보와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