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삼성전자 LCD 거래 힘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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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가 샤프로부터 액정표시장치(LCD) 공급 중단을 급작스럽게 통보받음에 따라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패널을 공급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 LCD 기술 방식이 다른데다 추가적인 설비 투자 등이 필요해 현실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샤프로부터 수백만대 패널을 공급 받아왔다.

삼성과 LG는 고유 LCD 기술로 각각 VA(Virtical Alignment) 방식과 IPS(In-Plane Switching) 방식을 고집해왔다. LCD TV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기술 방식을 두고 고민했지만 결국 삼성은 VA, LG는 IPS로 방향을 잡았다. PC용 모니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저가형 TN(Twisted Nematic) 패널은 공통적으로 양산했지만 고급형 모니터와 TV용 패널은 기술 방식이 갈렸다.

LCD 기술은 액정 구동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쌀처럼 타원형으로 생긴 액정 분자에 전압을 가하면 액정 배열이 바뀌면서 빛을 제어하는데 액정 배열 형태와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삼성이 사용하는 VA 방식은 전압을 가하지 않으면 액정 분자가 비스듬히 수직으로 서 있다가 전압을 가하면 완전히 수평으로 눕는 형태다. 액정 분자가 수직으로 서 있을 때 흑색을, 수평으로 누울 때 백색을 표현한다. 액정 분자 각도로 백라이트 광량을 제어하므로 효과적이나 시야각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LG IPS 방식은 액정 분자를 수평으로 눕혀놓고 전압을 가했을 때 제자리에서 회전만 하는 형태다. 액정 분자가 수직으로 서지 않으므로 복원력이 좋아 스마트폰 등 터치 기능을 지원하는 중소 기기용 패널로도 많이 쓰인다. LG IPS 패널은 초기 삼성 AMOLED와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경쟁하기도 했다. 시야각이 좋지만 광량 제어가 VA 패널에 비해 약해 명암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과 LG 모두 기존 LCD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하며 성능을 끌어올렸다. 같은 액정 재료를 사용해도 후발주자와 품질 격차가 상당한 이유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패널을 공급받는 것은 곧 IPS 기술 도입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IPS 기술을 도입하려면 추가적인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후공정에 속하는 모듈 공정에 대한 신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VA 방식으로 모든 공정이 적용돼 있으므로 추가 설비를 마련하거나 기존 라인을 개조하는 등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다.

모듈 공정에서는 TFT 어레이를 형성하고 액정 주입이 끝난 패널에 편광필름, 드라이버IC, 백라이트유닛(BLU)을 부착하는 작업을 한다. 드라이버IC는 해당 제조사 기술에 맞게 설계된 시스템반도체다. 드라이버IC 공급망 변화도 불가피하다.

한 관계자는 “패널을 공급받으려면 해당 생산 공장을 실사하고 기술 방식 등을 꼼꼼히 따지는 기간도 필요하다”며 “LG디스플레이와 패널 대량 공급 계약을 맺는다면 추가 투자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최근 흐름에 비췄을 때 LCD에 대한 투자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