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42>AI와 정보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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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때문에 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더니 이제는 조류독감 AI(Avian Influenza)가 축산 농가와 전국의 생활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국방망이 뚫려서 기무사가 사이버사령부를 압수 수색했다. 3000여대의 국방부 PC가 해킹됐으며, 심지어는 국방장관 PC도 뚫렸다고 한다.

두 사건이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이제는 보이는 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한다. 둘째 문제의 발단은 항상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 때문이다. 셋째 공무원이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넷째 반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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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이다. 바이러스나 해킹이나 어느 놈을 범인으로 잡아야 하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조류독감이 심각 단계로 올라갔어도 아직까지 병원체가 1개인지 5개인지도 확답을 못하고 있다. 정보 해킹 문제도 북한으로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상태다. 두 사건 모두 대응에 우왕좌왕하는 것은 우리의 대비 태세나 대응 방법이 주로 보이는 적을 대상으로 설계되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종의 유령과 싸우는 경우 우리가 속수무책이 되는 것이다. 빨리 가상의 적과 싸우는 방법에 대해 사회 전체적으로 익숙해져야 한다.

둘째 사람 사는 데 항상 사건 사고가 터지기 마련이지만 두 사건 모두 인재라는 점이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이런 사건들은 전혀 초유의 사태가 아니다. 조류독감은 겨울이 되면 크게 발생하고 있고, 정보 해킹도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조류독감이나 국방망 해킹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고, 그래서 대비책만 잘 세우면 사건 발생을 막을 수도 있다. 설령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다고 해도 바로 초기 진압을 해야 하는 일들이다. 국방망이 뚫리는 경우에도 관제업무를 통해 바로 탐색해 내야 한다.

셋째 공무원이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공무원, 공기업, 철밥통, 낙하산, 공공노조 등 관료주의 병패에 대해 수없이 봐 왔다. 모든 사건 사고의 근원을 추적해 들어가면 너무나도 사소한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담당자의 근무 태만이 자리 잡고 있다. 조류독감 발생 지역의 교통 차단이 확실하지 않았다든지 망 분리가 지켜지지 않았다든지 하는 것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인재다.

넷째 사소한 절차 및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 법칙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의 사건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알고도 당하고 있고 누가 옷 벗을지도 알고 있고, 또 비슷한 사건이 곧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우리 모두가 참으로 바보스럽지 않은가?

우리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역시 경험과 열정이 있는 담당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사건 발생과 경과에 대해 연구하고, 이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대책으로 허술해 보이지만 두 사건 모두 방어적인 일이기 때문에 우선 경계 업무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조직에서 방어적인 업무에는 하나같이 퇴임을 앞두거나 별로 희망 없는 담당자가 맡고 있다. 조직 전체가 방역이나 정보 보안 책임자라는 자리를 말년에 편히 지내다가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책임지고 옷 벗는 자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직이 최고의 열정적인 인재들을 방어적인 자리에 배치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다들 화려한 공격수로 나서려 하지 음지에서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에 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선입견을 조직의 장이 깨 줘야 이런 사건들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

곧 퇴직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하는 사람이 일을 꼼꼼히 챙길 리 없다.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항상 스캔들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연일 국감, 특검, 촛불이 진행되고 있다. 공무원, 직장인들이 내일 세상이 망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담당 업무를 꼼꼼히 챙기고 있을지 걱정된다. 조직을 세우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열정적인 직원의 마음이 식는 것도 한순간이다.

이다음에는 또 어떤 사건 사고가 터질지 정말 불안하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