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고, 누리고, 나누는 자기주도 과학교육”
교육부는 일선 학교의 창의적 과학교육 구현을 위해 `과학교육 종합 계획`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암기식 교육을 넘어, 스스로 도전하고 탐구하는 과학적 태도를 고양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부는 과학에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학교 환경 조성에도 나섰다. 그 일환으로 현재 1만여개 수준인 전국 학교 과학동아리를 2020년까지 2만2000개로 확대한다. 일명 `스스로 과학동아리`다.
일선학교의 `스스로 과학동아리`는 어떤 모습이고 참여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연한 기회로 충주고등학교 과학동아리 ERS(Emotional Robot Study)를 취재했다. 전자신문 어린이 독자에 포커스한 기획을 준비하던 중,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전자신문을 스크랩하며 탐독하고 있다는 학생(김현민 충주고 2학년)과 연락이 닿은 것이 계기가 됐다.
충주고 과학동아리 ERS는 2학년 11명, 1학년 9명 등 총 20명이 참여하고 있다. ERS는 `차가운 심장을 가진 로봇에게 따뜻한 인간의 감성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동아리. 2015년 당시 1학년이던 학생 4명으로 시작해, 과학과 로봇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하나둘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동아리 모습을 갖췄다. 이들 동아리학생들과 단체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러분의 목표는 노벨상인가요. 진로도 과학분야로 결정했나요. 대학입시를 생각하면 동아리 활동으로 뺏기는 시간이 만만치 않을텐데.”
지극히 기성세대 관점에서 던진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기자를 머슥하게 했다. 김규수 학생(2학년)은 “대학은 어떻게 되더라도 하고 싶은 일, 흥미있는 일을 하다보면 또 길이 보일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재밌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적을 가지고 과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때문에 그냥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현민 학생(2학년)도 “과학과 수학은 어떤 현상이나 해답이 눈으로 이해되고 똑 떨어지기 때문에 좋다”며 “특히 기계와 로봇은 그냥 어렸을 때부터 좋아서 로봇올림피아드에도 나가고 카이스트 등 대학에서 진행하는 과정 등도 ?아 다녔다”고 설명했다.
ERS 동아리 학생들은 이구동성 과학과 로봇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강조했다. 이들에게 과학은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 `즐거움`인 셈이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하루종일이라도 파고들고 싶은 놀이이기도 하다. 교육부에서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즐기고, 누리고, 나누는 자기주도 과학교육`이 실현되고 있는 현장인 것이다.
초등학교때 전자신문을 접하면서 과학도의 꿈을 키웠다는 김현민 학생은 “신문에서 갤럭시S에 대한 심층분석 기사를 본 이후 쭉 전자신문을 꼼꼼히 읽고 스크랩했다”며 “스티브잡스 생애 조망 기사, 자동차 분석 기사 등을 보면서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재미가 커진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은 과학을 즐기기 위해 과학을 더 많이 알아가려는 과정의 하나인 셈이다.
ERS 동아리를 담당하는 이지원 선생님은 “우리 애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너무 잘하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을 써줘도 재미있고 놀라운 성과를 낸다”며 “주도적으로 토론하고 대학 교수님들을 초빙해 강연을 듣기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학생들의 관심과 추진력에 감탄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RS는 올 한해 △로봇 직립 보행의 기본 기술인 인버티드 펜들럼 △수학적 원리를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한 이진법 큐브 △건축동아리와 협업한 스마트홈 IoT 실증 모델 등을 연구했다. 또 다음 연구과제로 △스마트 서스펜션 △고양이 자동배변 처리기 등을 잡았다.
안병헌 충주고 교장선생님은 “ERS는 로봇공학에 사용되는 아두이노(Arduino : 마이크로컨트롤러 보드를 활용한 오픈 소스 컴퓨팅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를 기반으로, 미래 로봇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현상 구현 및 제작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프로그래밍,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을 스스로 알아가는 활동을 통해 미래에 각광 받을 분야에서 기초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느낀 애로사항 토로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서민혁 학생(1학년)은 “우리 동아리는 자율적으로 운영되지만, 학교로부터 지원 받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단기간에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며 “연구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릴 수도 있는데, 학기 내에 성과물을 내야 지원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상황은 하고 싶은 연구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한 현실적 이유로 옮아갔다. 어쩌면 단기간 성과에 ?기는 학생들의 어려움은, 선진국과 달리 순수과학에 집중하지 못하고 단기 응용과학 성과에 집착해야하는 한국 대학과 연구계 현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상력과 창의력에 기반한 순수과학이야말로 시대의 화두인 `4차산업혁명`을 이끌 필요충분조건이다.
정부는 과학 분야에 우수한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연구에 관심과 흥미를 갖고 몰입할 수 있도록 과제연구 및 연구교육(R&E) 프로젝트 학습 환경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선 교육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충분히 정책에 반영돼, 정부의 창의적 과학교육 구현 노력이 큰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인터뷰] 안병헌 충주고등학교 교장선생님
“21세기 인재는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입니다. 학생들이 자율적인 활동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습니다.”
안병헌 충주고 교장선생님은 충주고는 주도적인 학습활동과 체험중심 인성 진로교육에 역점을 두고,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진로와 관련된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충주고는 2009년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돼 2010년부터 2016년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특히 2013년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돼 학교 실정에 맞는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주일에 5시간 자율활동 시간을 보장하고 심화 탐구프로그램인 `R&E(research & education)` 활동 기회를 제공한다.
“본교는 현재 총 142개 정규 및 자율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 스스로 운영하는 자율동아리 활동도 활성화돼 87개에 이릅니다. 프로그래밍 및 로봇 관련 동아리도 8개로, 매우 심화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 교장선생님은 과학기술, SW중심사회 등 미래지향적 융합형 인재양성에 필요한 정부차원 지원 방향과 소신도 피력했다. 실제로 충주고는 충북대와 건국대 등 일선 대학의 컴퓨터공학과와 MOU를 교환, 대학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심화 소프트웨어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정보교육이 선택과목으로만 지정돼 ICT교육이 많이 축소됐고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알고 계시는 교사 수 또한 적습니다. 따라서 정보교육과 관련된 컴퓨터 및 프로그램 지원을 통한 ICT실 확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정부차원의 연수 및 실습프로그램도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