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바이오 분야 논문·특허 출원 건수가 세계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식재산권 절대적 양은 늘어나지만 수준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걸음마 단계에 머문다. 정부 연구개발(R&D) 평가 시스템을 재편하고 사업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14일 바이오 통계 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바이오 분야 SCIE 논문 발표는 총 9697건으로 세계 11위를 기록했다. 2014년과 비교해 약 300건 늘어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지난해 국내 바이오 분야 미국 등록특허 건수는 총 260건으로 세계 8위에 올랐다. 이 역시 2014년과 비교해 한 단계 상승했다.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바이오 연구 역사가 짧은 것을 고려할 때, 바이오 지식재산권이 세계 10위권에 오른 것은 고무적이다. 상품화, 사업화에 기반이 되는 지식재산권 보유는 국가와 기업 핵심 경쟁력이다.
우리나라 지식재산권은 매년 큰 폭으로 늘지만, 바이오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논문·특허 질이 떨어지고 사업화로 이어져 돈을 버는 환경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 바이오 분야 R&D 예산은 2조3384억원이다. R&D 과제 평가 방식은 90% 이상이 논문이나 특허 출원 등이다. 바이오 분야는 정량 평가가 어려워 지식재산권 보유 현황을 평가 잣대로 쓴다. 수 조원의 R&D 지원 최종 목적지가 논문과 특허가 된다.
과제 평가를 위한 논문과 특허다보니 `쓸 만한 게`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원천 특허보다는 기존 것을 발전시킨 파생 특허가 상당수다.
임채승 고대구로병원 연구부원장은 “정부 과제 90% 이상이 논문이나 특허 여부로 평가하다보니 논문을 위한 논문이 대부분”이라며 “특허도 원천특허가 아닌 파생특허가 많아 사업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2013년 시행된 연구중심병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병원을 창업 거점으로 삼아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논문, 특허 출원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로 이어지는 성과도 거뒀다. 2013~2015년 연구중심병원 기술이전 건수는 73건에서 올해 97건으로 늘었다. 기술이전 수입도 2013~2015년 연평균 31억원에서 올해 55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연구중심병원도 한계가 있다. 시장에서 기술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기술이전 건당 평균 수입은 1억원이 채 안 된다.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전하는 전문가와 기관이 부족하다. 기술이전만 하면 끝이라는 사고도 문제다. 기술이전 비용 외에 실제 시장에 나갔을 때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할지에 대한 평가 잣대도 거의 없다.
국가 R&D 평가체계를 재정립하고 기술평가 기관과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 논문, 특허 출원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등 사업화 여부 등을 평가 기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기술이전 후 시장에서 가치가 발생하는 상황을 추적 관리해야 한다. 기술평가에 대한 잣대가 개선된다.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원천연구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까지 데스밸리(죽음의 계곡)없이 견인하는 것이야 말로 핵심”이라며 “국가 R&D 평가 체계를 재편하고, 중계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