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붙여진다. 의원 정원 3분의2인 200명 이상 찬성이면 가결, 200명 미만이면 부결이다. `가`와 `부` 한 글자 차이지만 이후 상황은 판이하다. 표결 이후 정국은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게 된다.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여야 정치권과 각 당내 권력 투쟁과 정계 개편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정책 추진 등 국정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국가 과제로 떠올랐다.
◇가결 시 즉각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가동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정부는 탄핵 표결 이후 대응 방안을 놓고 총리실과 각 부처를 중심으로 조용한 대비 체제에 들어갔다.
총리실은 탄핵 표결 직후 곧바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국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국정 운영 방향과 국방, 외교·안보 등 시급한 사안에 대한 긴급 조치를 내린다. 또 전 내각에 비상근무태세를 지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국민담화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정국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총리는 8일 오전 총리-부총리 협의회에서도 “내일 예정된 국회의 탄핵 표결 등 여러 정치 상황으로 국정 불확실성이 크고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라면서 “전 내각은 흔들림 없이 주어진 소임에 매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각 부처도 탄핵안 표결 직후 곧바로 각종 회의를 열고 시급한 현안을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다.
그러나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정치권이 황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황교안 총리도 탄핵 대상이며, (탄핵 가결시) 정치적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추 대표는 그 방안으로 내각 총사퇴와 황 총리를 대신할 국민추천 총리를 세우는 방안을 정치권이 즉각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이 이 같은 논의에 응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탄핵 직후 곧바로 정계 개편과 대선 정국에 돌입하는 만큼 내각까지의 전면 개편은 실익이 없다는 분석이 대세다.
이에 따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외교·안보 등 대외 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정 운영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탄핵안이 의결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즉각 필요한 조치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임시국무회의를 즉각 개최하고, 대국민담화 형식과 내용도 세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결 시엔 유례없는 대혼란 불가피
탄핵안이 부결되면 정국은 유례없는 대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탄핵안 부결 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국회의원 전원이 사퇴를 결의한 만큼 20대 국회 해산까지 가시화될 전망이다. 야권이 탄핵안 부결 책임을 여당인 새누리당에 돌리겠지만 한 달 이상 계속된 촛불 민심과 여소야대 구조에서도 탄핵을 관철시키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새누리당도 후폭풍을 맞을 것이 명확해 보인다. 탄핵에 찬성한 비주류 집단 탈당으로 인한 분당이 가속되고, 격앙된 민심은 여당인 새누리당을 겨냥할 것이 유력하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국정 동력을 완전하게 회복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순실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특검 수사와 대면 조사까지 예정돼 있는 만큼 현재와 같은 황 총리의 국정 관리 최소화 체제가 유력하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탄핵안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연말까지 예정돼 있는 국정 추진 과제와 제도 개선 등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대내외 통상, 경제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만큼 정치 혼란이 행정부의 정책 동력 약화 방향으로 전개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