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외 시장에서 한국 시계 브랜드 입지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약했던 브랜드 전략과 하청사업에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햅스토어로 이런 시장 구도를 뒤집겠습니다.”
시계 전문몰 `햅스토어` 홍성조 대표는 패션 업계의 브랜드 발굴 전문가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패션마케팅을 전공한 그는 랄프로렌 VMD(visual merchandiser)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2년 온라인 창업 후에는 서울 연남동에 `쇼룸`을 구축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홍 대표는 해외 브랜드 시계를 수입·유통하고, 국내 디자이너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그는 `다니엘 웰링턴` 시계 브랜드를 국내에 안착시켰다. 실력 갖춘 무명 디자이너 의류를 영미권에 수출했다.
홍 대표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변화를 느꼈다. 최근 스웨덴 시계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시계도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스위스와 일본은 각각 글로벌 시계 시장에서 역사와 기술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스웨덴 브랜드는 주도 면밀한 브랜드 전략으로 메이저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한국 시계 브랜드도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라고 확신했습니다.”
이는 홍 대표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기술력을 갖췄지만 브랜드 전략이 없었던 한 시계 제조사가 그를 찾아와 같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홍 대표와 해당 업체는 제조·마케팅 역량을 합해 지난 8월 `해리엇(Harriot)`이라는 브랜드를 공개했다. 현재 다른 수입 브랜드와 함께 햅스토어 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해리엇은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다른 시계 브랜드와 달리 복잡한 유통과정과 중간 마진을 줄여 10만원대에 판매한다. 10~60대 이상 남녀 모두가 핵심 공략 고객이다. 유아를 제외한 모든 수요를 겨냥해 유명 모델 대신 일반인 촬영 사진으로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해외 바이어가 쇼룸을 직접 방문하고 실제 매출이 상승하는 등 고공비행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시장 문턱이 높은 일본보다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초기 인지도를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이르면 이달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에서 영문·중문 쇼핑몰을 선보일 예정이다.
“직접 만들어 판매하며 가격 거품을 걷어낸 시계를 추구합니다. `한류 마케팅`이라는 강점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고품질과 실속을 갖춘 한국 K패션 주자로서 아시아를 넘어 영미권과 유럽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겠습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