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간 디자인특허 관련 최종심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삼성전자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지불할 디자인특허 침해 관련 배상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6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은 두 회사 간 디자인특허 배상금 규모 적정성과 관련한 상고심 판결에서 대법관 8명 전원일치로 삼성전자 주장을 수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하급심은 삼성전자 배상금 규모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
상고심 핵심은 삼성전자가 애플 디자인특허 3건을 침해해 부과받은 배상금 산정액 3억9900만 달러(약 4435억원)가 타당한지를 가리는 것이었다. 미 연방대법원이 디자인특허 침해를 놓고 상고심을 연 것은 122년 만의 일이여서 안팎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논란이 된 디자인특허는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특허 △액정화면에 베젤을 덧댄 특허 △격자 형태로 애플리케이션을 배열한 특허 등 3건이다.
애플은 지난 2011년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갤럭시탭 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둥근 모서리와 전반적인 화면 구성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뒤 지난해 12월 애플에 손해배상액 5억4800만달러를 지급했다. 이 가운데 디자인 특허 관련 배상액은 3억9900만달러다.
디자인 특허 관련 배상금 3억9900만달러는 2010년 해당 특허가 적용된 스마트폰 갤럭시S 출시 이후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이익금 전체에 해당한다. 디자인특허 침해 시 해당 디자인이 적용된 `제조물품(article of manufacture)` 전체 이익금을 배상하도록 한 미국 특허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디자인 특허 침해로 부과받은 배상금의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삼성은 배상액 산정 기준이 되는 `제조물`을 제품 전체가 아닌 일부로 해석할 수 있다며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삼성 주장을 수용해 지난 10월 구두심리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상고심에서 “갤럭시S 전체 판매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산정한 것은 마치 소비자가 해당 디자인특허 3건만을 이유로 갤럭시S를 선택했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캐슬린 설리번 삼성 변호사는 “19세기 특허법을 첨단기술시대인 21세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격”이라면서 “스포츠카 등을 살 때 일부(디자인)만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특허법 제289조에 나오는 `제조물품` 해석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판매된 제품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제품의 일부로도 볼 수 있다”고 밝히고, 해당사건을 하급심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디자인특허가 적용된 부품은 전체 제품의 일부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거둔 전체 이익금을 배상금으로 낼 필요는 없다”며 “디자인 특허 보유자가 이를 침해한 경쟁 회사의 수익 전체를 가져갈 권리는 없다”고 적었다.
판결에 따라 하급심은 삼성전자 배상금 규모를 재산정해야 한다. 앞서 2심 판결 후 디자인특허 침해 배상금 전액을 냈던 삼성전자는 상당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삼성전자는 공식 성명에서 “미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양사 특허소송은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가 큰 관심을 갖고 주목한 사안”이라면서 “기념비적인 판결로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기술 발전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조쉬 로젠스톡 애플 대변인은 “하급심이 `훔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1년 4월=애플, 삼성을 디자인 특허 침해로 고소
◇2012년 8월=애플 1심 승리. 9억3000만달러 배상 판결
◇2015년 5월=애플 2심 승리. 배상액 5억4800만달러(디자인 특허 배상액 3억9900만달러)로 축소. 아이폰 외관 특허 침해는 불인정.
◇2016년 12월=삼성승리. 연방대법원 “배상액 과도하다”며 하급심 환송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