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내년 사물인터넷(IoT) 3대 시장에서 양보 없는 자존심 대결을 예고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커넥티드카, 지능형 아파트, 스마트시티에 IoT 역량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기술 진화와 동시에 레퍼런스 확대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IoT 전용망 구축 등 인프라 조성과 적용 사례 발굴에 주력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내년 수익 창출을 목표로 `실전`에 임한다는 각오다. SK텔레콤은 이통 시장 우위를 IoT 시장에서도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IoT 시장에서 역전을 노린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4일 “올해 스마트홈, 커넥티드카, 공공 IoT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3사가 격돌한 사례가 많았다”면서 “내년에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넥티드카 파트너를 찾아라”
내년 IoT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이통 3사는 `커넥티드카` 파트너 확보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통사가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에 필요한 롱텀에벌루션(LTE) 등 통신 연결과 이용자가 활용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통사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기아차 텔레매틱스 입찰을 시작으로 테슬라, BMW, 아우디, 벤츠 등 외산 자동차 업체를 파트너로 삼기 위한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 3사의 커넥티드카 수주전은 기본인 LTE 연결 외에 AI와 차량용 정보시스템 등 차별화된 서비스에서 승부가 판가름 난다. 이통사는 AI를 내비게이션 등 차량용 정보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용자가 음성 명령만으로 내비게이션이 가능한 서비스를 앞세워 완성차 업계에 제공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다음 달 AI `누구(Nugu)`를 T맵에 적용, 선보일 예정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AI 비밀 병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와 통신을 접목한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2012년에 상용화됐다. 통신회선을 활용해 원격 시동·모니터링, 위치 추적, 스마트 내비게이션 등을 제공하는 차량은 50만대에 이른다.
차량용 서비스와 통신은 대용량으로 진화한 `커넥티드카` 서비스로의 본격 진화를 앞두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AI 등 대용량 트래픽을 불러일으키는 신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한다. 일본 토요타는 LTE와 연결해 활용하는 AI 로봇 서비스를 제공한다. LTE-M 등 대용량·고속 통신에 적합한 IoT 기술도 이미 상용화됐다.
◇IoT에 AI 결합한 `지능형 아파트` 본격화
2017년에는 집집마다 `AI 집사`를 갖춘 아파트가 현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AI와 결합된 `지능형 아파트`가 본격화한다.
종전의 홈IoT는 가정 내 플러그 또는 검침기 등을 통신에 연결하는 모델이 주류였다. 내년에는 건설 단계부터 각종 센서를 융합한 `빌트인` 모델이 도입된다. 지능형 아파트 입주자는 스마트폰 하나로 집 안의 가전뿐만 아니라 집 밖의 아파트 공용 출입문,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 공동 시설도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무인택배 수신 알람, 전기·수도 등 에너지 사용량 측정도 가능하다. 이용자가 도착하기 전에 실내 온도를 맞춰 놓거나 요리를 해 놓는 서비스, 빈 주차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등을 스마트폰에 알려 주는 서비스가 현실화한다.
또 아파트 전체 전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지능 기능으로 제어하는 지능형건물관리시스템(BEMS)도 적용, 관리비 절감이 가능해진다. 아파트 시장은 한 번 분양에 1000가구 이상의 통신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이통사에 매력이 있다.
SK텔레콤은 개방형 IoT 플랫폼 `스마트홈`에 AI를 접목, 빌트인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과 지능형 아파트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 경기도 평택시 송담 힐스테이트 등 아파트 2000가구에 `지능형 스마트홈`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분양 예정인 힐스테이트 아파트 2만9000가구에도 지능형 스마트홈을 추가 공급하기로 확정했다.
KT는 삼성SDS와 공동 개발한 공동주택용 IoT 관리 서비스 `기가(GiGA) IoT 홈 프리미엄팩`을 앞세워 시장에 대응한다. 또 성북구 지역 2000여가구 임대아파트에 IoT 기반 홈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기가인터넷망을 구축한다. 에너지 절감과 전기·가스 자동 검침, 질병 예방 솔루션 등을 구현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대우건설과 푸르지오에 AI 아파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홈IoT 패키지를 40만가구 이상 판매한 가장 앞선 경험을 내세운다. 서대문구 연희동 푸르지오 파크를 비롯해 앞으로 건설될 수천가구의 푸르지오 아파트에 지능형 아파트 솔루션을 공급한다.
◇스마트시티 공공 인프라도 초대형 IoT 시장
이통 3사는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공공 인프라에 혁신 아이템을 선보인다.
스마트시티는 이통사가 각자 개발한 IoT 상품의 결정판이다. 가정 또는 산업용으로 공급한 IoT 센서를 연결하고, 도시 중앙 서버에서 제어한다. 도시 에너지 효율과 주민 편의를 극대화한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시민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고객의 IoT 친숙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도시 단위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사업을 통한 수익화를 노릴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IoT 인프라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지자체는 △에너지 절감 솔루션 △스마트 가로등 △주차 관제 △공공 자전거 도난 방지 솔루션 등 분야에 IoT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경기도 고양시는 KT와 LG유플러스를 스마트시티 시범 사업자로 선정했다. 부산시는 IoT 실증단지를 조성, 이통사의 참여를 기다린다. 이 같은 모델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스마트시티 사업 모델은 해외에도 판매할 수 있다.
이통사는 도시 단위의 대규모 인프라를 위한 IoT 네트워크도 내년 상반기에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로라(LoRa), KT·LG유플러스 협대역사물인터넷(NB-IoT) 등 인프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통사는 20만개 이상 IoT 센서를 무료로 공급, 벤처 기업 등 중소 개발사가 자유롭게 사업을 구상하고 초기 판매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문가는 IoT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기반의 지능형 서비스 차별화에 성공하는 이통사가 초반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기존의 스마트홈 중심이던 IoT 상용 서비스 범위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것”이라면서 “이제까지 상용화된 IoT 인프라에 AI가 융합되는 모습을 가장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