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품질·환경 인증 민간자율 전환 임박, 효율성 제고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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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영체제인증이 민간자율 전환을 앞뒀다.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에 규정된 품질경영이 산업표준화법으로 이관돼 발효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경영체제인증을 국제표준과 맞추는 차원에서 `인정(認定·Accreditation)기구` 통합도 추진, 기업 인증 절차·이행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1990년대 이후 품질·환경경영체제 인증을 법정 임의인증으로 정해 지원해 왔다. 품질 향상, 환경 보호 목적이다. 우리 기업은 경영체제인증에서 품질경영체제인증(ISO 9001)과 환경경영체제인증(ISO 14001)을 가장 활발하게 따 왔다.

한국인정지원센터(KAB)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ISO 9001을 획득한 기업은 5만5497개에 이른다. ISO 14001을 받은 기업도 2만6035개에 이른다. 이는 지난 2월과 비교해 각각 1054개, 601개 늘어난 수치다. 경영체제인증은 지금도 확보하려는 기업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영역과 숫자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인증 취소 비율도 높다. 올해 9월 현재 928개 기업이 ISO 9001 신규 인증을 취득했지만 취소한 기업도 847개나 됐다. ISO 14001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에 441개 신규 인증이 등록된 사이 404개 인증이 취소됐다. 신규 인증 대비 취소 인증 비율은 무려 91.3%, 91.6%에 육박한다.

KAB 관계자는 28일 “기업이 폐업하면서 자연스레 취소한 사례도 있고, 인증이 불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반납하기도 한다”면서 “경영체제인증 시장은 전반이 미미하지만 성장세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영체제인증이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경영체제인증을 민간 자율로 넘기고 국제표준 부합도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경영체제인증 관련법을 정비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 품질경영제도를 `산업표준화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발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의 심사를 거쳐 확정했다. 법은 내년 1월 발효된다.

품질경영체제가 산업표준화법상 제도로 발효되면 품공법 7조의 2(품질경영체제인증의 신뢰성 향상) 조항이 사라진다. 부실인증, 품질경영체제 실태 조사 등 품질경영체제 인증기관의 적합성 평가를 규정한 조항이다. 또 품질경영 종합시책 수립에 관한 사항을 새로 만들면서 품질경영 종합시책 수립·시행 기간을 기존의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지역 기업 품질경영 지원, 품질경영 유공자 포상을 위해 `품질경영추진본부` 지정에 관한 근거 조항도 새로 만들었다.

남하욱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시험인증정책과 연구관은 “법 이관으로 없어진 조항은 민간 인증 자율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신설된 조항은 품질경영을 위한 조항으로, 시대 흐름에 맞게 종합 시책 수립 기간을 줄이는 등 내용을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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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와 함께 인정기구 통합 작업도 벌인다. 인정은 제3자가 시험인증기관 능력을 평가, 자격을 승인하는 제도다. 시험·교정·검사 등 적합성 평가를 수행하는 기관의 품질관리체계, 평가인력, 시험장비 운영 능력이 국제기준(ISO/IEC 17025)을 만족시키면 국제인정기구(ILAC·IAF)가 자격을 공인한다.

국표원은 현재 3개로 나뉜 우리나라 인정 기구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중복 인정과 함께 기업 부담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국표원이 통합 대상을 삼은 인정 기구는 한국인정기구(KOLAS), 한국제품인증인정기구(KAS), KAB다. KAB은 품질·환경경영체제 인증, KOLAS는 시험·검사·교정·표준물질, KAS는 제품 인정을 각각 맡아 왔다.

국표원은 세 기관을 통합, 단일 인정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국표원이 통합 인정 기구로 나서서 관련법령 관리, 정책 개발, 타 부처 간 협력, 국제 협력 등 제도 운영을 총괄한다. KAB은 국표원 위탁 기관을 맡아 민간 인력을 활용해 인증기관 평가, 인력 양성 같은 실질 인정 업무를 담당한다는 구상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정부는 일관성 있는 정책을 운영하고 위탁 기관은 전문성을 살리는 형태로 통합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국표원은 인정 기구 통합이 세계 추세에 부합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표원에 따르면 국제인정기구(ILAC·IAF)에 가입한 90개 국가 가운데 85개 국가가 단일 인정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는 각 부처가 별도의 인정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단일 인정 기구의 위상과 역할 정립이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로 일본, 중국, 독일 등에서 쪼개진 인정 기구를 단일화한 경험이 있다.

일본은 2002년 경제산업성 소속 제품평가기술기반기구(NITE)가 기존의 4개 기구(MLAP, JCSS, JNLA, ASNITE)를 통합, 제품평가기술기반기구 인증센터(IAJapan)를 설립했다. 중국 또한 2007년 국무원 소속 중국국가인증인가감독위원회(CNCA)가 부처별로 운영되던 8개 인정 기구를 국가안전생산감독관리총국(CNAS)으로 통합했다.

그러나 인정 기구 통합 과정에서 정부가 인정 권한을 가져가면 세계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표원이 사실상 통합 인정 기구 역할을 함으로써 민간 인력이 들어오는 위탁 기관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업계 전문가는 “위탁 기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인증 심사 역할뿐”이라면서 “정부는 법·제도만 담당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맡기는 등 인증을 시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국표원은 민간 기구인 위탁 기관에 인정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장혁조 국표원 적합성평가과장은 “민간 위탁 기관인 KAB가 인증 기관 평가나 교육 등 인정 실무 권한을 다 가져갈 것”이라면서 “기본계획 수립 때부터 정부가 권한을 가져가는 콘셉트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 우리나라 경영체제 인증 기업 현황(단위:개)>

 우리나라 경영체제 인증 기업 현황(단위:개)

<우리나라 경영체제 인증 신규·취소 건수>

우리나라 경영체제 인증 신규·취소 건수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