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때의 집중력 수준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증, 치매 등 진단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동국대 김성철 교수 연구팀이 촉각 자극 분배장치를 이용, 주의 집중력의 수준을 계량화해 지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촉각 자극 분배장치는 명상을 하는 피험자의 몸에 진동 자극을 일으켜 일정 시간 동안 피험자가 인지한 촉각 자극의 개수 등을 실제 자극의 개수와 비교해 인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장치이다.
김 교수팀은 명상의 `사띠(Sati)` 기술을 측정하기 위해 2014년 소형진동모터가 달린 촉각 자극 분배장치를 개발했다. 사띠는 호흡할 때 일어나는 촉감부터 시작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관찰하는 불교의 수행방식이다.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남방 불교계의 대표적 명상법으로 우리말로는 `마음챙김(Mindfulness)`으로 번역한다. 사띠를 수행할 때는 신체의 촉감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해서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김 교수팀은 촉각 자극 분배장치를 통해 일정 시간 가한 자극의 개수와 피험자가 인지한 결과를 비교해 데이터가 서로 일치하면 `집중`, 그렇지 않으면 `산만`으로 분류했다. 상호 부합하는 데이터의 비율이 높으면 집중력이 높다고 본 것이다.
또 명상의 종류나 운동 종목에 따라 좌뇌와 우뇌의 주의력이 다르다는 것도 밝혀냈다. 정적인 수행이나 사격과 같은 정적 운동을 하는 사람은 우뇌가 발달해 몸 왼쪽의 촉각 주의력과 인지 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적 수행이나 농구 등 동적 운동을 주로 하는 사람은 좌뇌가 발달해 몸 오른쪽의 주의력과 집중력이 발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철 교수는 “지극히 주관적 체험이라 할 수 있는 불교 명상의 깊이를 객관적 지표로 나타낸 연구는 세계 처음”이라며 “ADHD 등 아동·청소년의 주의 집중 능력 측정 검사나 학업 집중력 향상, 우울증 등 심리장애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1982년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인도철학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현재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교육부 소관사업) 지원을 받았다. 연구 성과는 지난 25일 열린 `한국불교학회 2016년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