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 제약회사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솔라네즈마브(Solanezumab)가 임상 3상에서 실패했다. 릴리는 10년 동안 솔라네즈마브 개발에 약 10억달러(1조1800억원), 지난 30년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는 30억달러(3조5000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화이자, 로슈에 이어 릴리까지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인류의 치매 극복이 난항을 겪고 있다.
◇노인 유병률 2050년 세계 1억명 이상
전 세계적으로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약 5~10%의 유병률을 보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의 론 브룩마이어 교수는 2050년에는 알츠하이머 환자 수가 세계적으로 1억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는 지난 2005년 2573만명에서 2015년 3526만명으로 100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2008년에 조사된 비율로 보면 치매 유병률은 미국 13.9%, 캐나다 8%, 영국 6.6%, 이탈리아가 8.3%였다. 개발도상국은 이보다 낮은데 중국 1.8~4%, 인도 1.1%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2012년 전국치매역학조사를 한 결과 65세 이상의 노인 치매 유병률은 9.18%였고 치매 환자수는 54만755명(남성 15만5955명, 여성 38만4800명)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우리나라 치매 환자수는 20년 마다 2배씩 증가해 2020년 약 84만명, 2030년 약 127만명, 2050년에는 271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치매인구수는 과거 예측보다 1~2년 정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예방·완치 치료제 없어…증상 완화만 가능
알츠하이머는 신경퇴행성 질병이다. 기억과 인지력이 진행성 상실로 이어지는 게 주요 증상이다. 초기에서는 인지하기 어렵다. 주된 증상으로 건망증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이상하다는 것을 배우자나 가족이 알게 된다. 건망증이 심해지고 언어, 행동, 실행기능 등의 다른 인지영역의 진행성 손실이 뚜렷해지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이 확실해진다.
알츠하이머는 정확한 발병원인이나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발병 환자의 뇌에서 발견된 것들을 바탕으로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응집하거나 세포 내 신경섬유다발을 구성하는 타우 단백질이 뭉치고 쌓여 치매가 생긴다고 본다.
현재 알츠하이머 신경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가 시행되고 있지만 예방하거나 완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치료제는 없다. 지난 30년간 원인을 밝히려는 연구가 진행됐고 다양한 치료 기전이 연구돼 상당수 임상 시험도 진행됐다.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최종 단계를 항상 넘지 못했다.
◇뇌 속 독성단백질 응집과 엉킴이 원인, 상관관계 의문 계속돼
릴리의 솔라네즈마브는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을 막거나 제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단백질을 없애도 치매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것을 보여줬다. 현재까지 베타아밀로이드 관련 기작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의 임상 시험은 성공하지 못했다.
2010년 화이자 역시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3상을 시작했고 2~3년 내에 시장판매가 가능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이자뿐 아니라 로슈, 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알츠하이머병 극복이 눈앞에 왔다고 발표하는 등 치료제 개발에 기대를 한껏 높였다.
스위스 회사 로슈의 간테네루맙 역시 2014년 12월 3상 임상 중 목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시험을 중단했다. 하지만 로슈는 일부 환자가 베타아밀로이드 응집과 타우단백질 엉킴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투여량을 조절해 3상 임상을 재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메디포스트가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원료로 한 `뉴로스템`을 임상 1상과 임상 2상 전기를 동시에 수행하는 1/2a상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 일동제약, 대화제약, 차바이오텍 등도 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에 새 역사를 열 것으로 기대됐던 릴리의 치료제가 실패하면서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여 치매가 발생한다는 기존 이론이 타당한지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화이자의 바피뉴주맙(bapineuzumab)도 3상 임상에서 실패했다. 베타아밀로이드 축적과 알츠하이머 사이의 상관관계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치매 치료제 시험이 실패한 것은 이미 병이 심화된 사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나기 20~30년 전부터 축적된다. 60세에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면 뇌 속에 단백질 응집과 엉킴은 이미 30~40대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을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KIST가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 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