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대 비전 랩(Vision Lab)에서 일하던 페이 페이 리(Fei-Fei Li) 교수는 지난주 구글로 자리를 옮겼다. 컴퓨터과학 분야 저명한 학자인 그녀는 구글에서 인공지능(AI) 연구를 담당한다. 16살 때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그녀는 `아메리카 드림을 이룬 중국인` 중 한명으로 테드(TED)에서 강연할 정도로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 바이두, 페이스북 같은 하이테크 기업이 대학에 있는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을 빨아들이고 있어 대학가가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대학에서 하이테크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AI전문가는 구글에 합류한 게프리 힌튼(Geoffrey Hinton) 전 토론토 대학 교수, 페이스북에 들어간 얀 러컨(Yann LeCun) 전 뉴욕대 교수, 바이두에 입사한 앤드류 Ng(Andrew Ng) 전 스탠포드 대학 교수, 아마존에 몸을 담은 알렉스 스몰라(Alex Smola) 전 카네기멜론 대학 교수 등이 있다. 이들은 대학에서 연구하던 분야를 기업에서 계속해 연구한다.
미 국립과학재단에 따르면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기업에서 일하는 비중이 최근 10년간 38%에서 57%로 껑충 뛰었다. 국립과학재단 한 관계자는 “컴퓨터과학 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가 늘고 있지만 대학에 남는 비중은 역사적이라고 할만큼 낮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부작용도 제기된다. 고급 AI인력은 결국 대학에서 양성하는데, 유능한 교수가 적어지면 이것이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대학가 AI전문인력 이탈은 온라인 이미지, 검색 언어, 광고 배치 등 돈을 만드는 서비스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딥러닝 분야가 특히 심하다고 WSJ은 전했다.
AI관련 유명 교수들이 하이테크 기업으로 옮기는 것은 대학보다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 같은 보너스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2014년 미 통계에 따르면 컴퓨터와 정보 분야 교수가 받는 평균 연봉은 5만5000달러였다. 반면 기업 연구실은 11만달러로 대학보다 두배 높았다. 카네미멜론대 무어 교수는 “AI가 각광 받으면서 환경공학 같은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는 소외받을까 우려된다”면서 “내가 뽑은 석박사 중 10~20%는 하이테크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위해 휴업한다”고 말했다.
일부 하이테크 기업은 대학에서 스카우트해 온 인력이 대학에서 강의하는 걸 허용하고 있다. 최근 구글로 옮긴 페이페이 리도 스탠포드에서 학생 가르치는 걸 계속할 예정이다.
구글 등 미 하이테크 기업은 고급 연구 인력을 대학에서 뽑기 위해 대학에 후원한다. 구글이 몬트리올대학 `벤지오 AI랩`에 340만 달러 기부를 약속한 것이 대표적이다. 몬트리올 대학은 오늘날 AI가 각광 받는데 기여한 딥러닝 기술을 개척한 벤지오 교수 때문에 AI 연구 메카로 유명하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