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변` 냄새를 수집해 제거하는 향수 기술 개발에 두팔을 걷어붙였다. 130년 전통을 지닌 스위스 향료회사 피르메니히(Firmenich)와 손잡았다. 개발도상국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인사이더와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빌&맬린다 게이츠 재단이 최근 피르메니히와 변 냄새 제거 향수 개발을 위해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빌 게이츠도 자신의 블로그인 게이츠 노트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개발도상국 위생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그는 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어 공개된 장소에서 배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3억명 이상은 화장실을 가지고 있지만 폐기물이 제대로 위생처리 되지 못해 물과 식량 공급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친다. 5세 미만 어린이 약 80만명이 설사와 폐렴, 더러운 물 그리고 기타 위생 문제로 매년 사망한다.
빌 게이츠는 “엄청난 인간의 고통을 넘어 경제 발전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인도 한 곳에서만 위생 빈곤은 55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인도를 포함해 전 세계 각지에서 새로운 화장실 수백만 곳 건설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새로운 화장실은 관리가 어려운 구덩이 형태다. 나쁜 냄새와 세균, 질병 확산으로 인해 여전히 많은 빈곤 계층이 신선한 공기를 찾아 공개된 장소에서 배변을 한다. 빌 게이츠가 화장품 회사에 주목한 이유다.
피르메니히는 고급 헤드폰이 `노이즈 캔슬링` 기술로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것처럼 악취에 대응하는 `안티` 변 향을 개발한다. 최첨단 페브리즈와 같이 구현되는 향수다. 코 안에서 나쁜 냄새를 인식하는 수용체를 차단한다.
변 냄새 차단에는 복잡한 기술이 적용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 악취와 건강 상태에 따라 200개 이상 다른 화학물질로 구성되는 분비물을 모두 고려했다. 피르메니히 연구원은 가장 견디기 힘든 악취까지도 역분석했다. 열악한 위생과 지역 사회 변화를 이끌기 위해 인도와 아프리카 지역에 우선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빌 게이츠는 “최근까지도 화장실 위생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처럼 여겨졌다”며 “앞으로 도시 빈민가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등 품위를 향상시키는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