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블록체인 도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금융거래 정보를 개별 은행과 증권사가 직접 인·검증해 청산·결제 등 각종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블록체인 도입을 `데이터베이스(DB) 혁명`이라고 말할 정도다.
피델리티자산운용에 따르면 전 세계의 금융 거래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매년 500억~600억달러 비용이 발생한다. 산탄데르은행도 느린 후선 결제 시스템의 비효율을 개선하면 2022년까지 150억~200억달러가량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이 주목하는 부분도 개별 기업마다 흩어진 거래 정보를 쉽고 값싸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종 거래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대규모 DB 구축 등 고정자산 유지에 필요한 비용이 대폭 줄 것이라는 기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2일 “그동안 단순한 주가연계증권(ELS) 정보도 보유한 기관마다 저장하는 방식이 달라 데이터를 통일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블록체인 도입으로 증권 거래 정보 표준화 역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수료 절감도 기대하고 있다. 실제 은행권에서도 인증 분야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가장 현실에 맞는 분야로 꼽고 있다.
김예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다수 기관이 거래에 개입해서 고객이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해외송금 서비스는 중개 기관 없이 개인 간 직접 거래를 가능케 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이 가장 높은 분야”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시작한 블록체인 도입이 앞으로 산업 전체로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 분야가 음원 유통이다. 음악 저작권 비용이 관련 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창작자에게 지급될 수 있다. 이미 미국 버클리음대는 저작권료 지급 시스템 구축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용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음악 산업의 불합리한 유통 수익 구조를 좀 더 공정하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카 셰어링, 자동차 리스, 부동산거래, 스포츠 매니지먼트 등에서 블록체인의 분산화된 시스템은 기존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되던 방식이나 다른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