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이 `불황의 경제학`을 파고들고 있다.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현명한 소비자 요구에 최적화한 상품이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뜰폰 사업자가 파격적 요금제를 잇따라 쏟아내며 고객을 열광시키고 있다. 무제한 데이터를 반값에 팔거나 기본료를 없애는 등 상식을 파괴한 요금제가 연말 통신시장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에넥스텔레콤은 22일 GS25 편의점에서 유심요금제 판매를 개시했다. 시작과 동시에 1000명이 몰리며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유심을 구입한 후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개통을 하는 데, 한꺼번에 접속하는 바람에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주범은 `0원요금제`였다. 기본료 0원에 데이터 100메가바이트(MB)를 제공한다.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가입 폭주를 대비해 서버 증설까지 했는 데 접속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유모비)는 게릴라 이벤트로 주가를 올렸다. 하루 100~200명에게 데이터 11기가바이트(GB)를 월 3만3000원에 제공한 것이다. 서비스 제공 기간은 평생이다. 본인 휴대폰을 가지고 유심을 사다 끼우기만 하면 된다. 언제 이 요금제가 나올지 몰라 수시로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는 사람이 늘면서 광고 효과까지 일석이조다. 이달 말까지 매일 선착순 200명이다. 앞서 CJ헬로비전이 비슷한 요금제로 대박을 쳤다.
알뜰폰 허브(www.mvnohub.kr) 등 정부가 운영하는 알뜰폰 판매 사이트에도 파격 할인을 앞세운 이벤트 요금제가 넘쳐나 `통신 실속파`를 사로잡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7월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전파사용료를 유예하고 도매대가를 인하하며 불붙은 알뜰폰 가격인하 경쟁이 연말까지 지속되고 있다.
알뜰폰 파격요금제 주 고객은 젊은 층일 것으로 추정된다. 요금제가 주로 온라인이나 모바일 광고를 통해 `반짝 세일` 형식으로 제공되고, 가입도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요금제가 언제 나오는지 수시로 확인하지 않으면 가입이 쉽지 않다. 조금만 늦으면 물양이 동나기 일쑤다. 불황과 취업난 등에 지친 젊은 층을 알뜰폰 파격요금제가 위로하는 모양새다.
한 알뜰폰 고객은 “통신사와 품질과 데이터량은 같으면서도 반값인데 알뜰폰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앞으로 알뜰폰 고객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