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통신 장비만으로는 해외 진출이 쉽지 않습니다.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사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현지에서 알아주지 않았을 겁니다.”
지난달 미얀마에 광전송 장비를 수출한 코위버의 임원이 밝힌 해외 진출 성공 사례다. 코위버가 5100만달러 규모의 미얀마 백본망 사업에 참여할 때 함께해 준 기업이 KT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통사의 하나가 컨소시엄을 꾸려서 사업에 참여하자 현지 반응도 좋았다. KT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통신 장비와 정보통신 공사까지 모두 국내 기업이 맡을 수 있었다.
통신 장비 업계는 이를 두고 `동반 성장`의 대표 사례로 손꼽는다. 국내 시장이 얼어붙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통신 장비 업체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보다 `이름 값`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시스코, 주니퍼, 노키아, 화웨이 등 굵직굵직한 글로벌 통신 장비 업체들과 경쟁할 만큼의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시장에서 통용되는 국산 장비라는 방패도 밖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런 국내 통신 장비 업체를 도울 수 있는 게 이통사다. 이통 3사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를 다툴 만큼 높은 기술력을 쌓았다. 세계가 인정할 만한 수준이다. 이미 국산 통신 장비를 도입, 이동통신과 인터넷 환경을 조성한 사례도 많다. 이통 3사는 통신 장비 업계 고객이자 해외 진출을 위한 중요한 `레퍼런스`다.
KT와 코위버 사례처럼 국산 통신 장비 업체가 수출을 도모할 때 이통사가 앞장서서 도와야 할 때다. 컨소시엄이나 업무 협력 등 방법은 다양하다. 이통사가 국내 설비 투자를 줄이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라도 통신 장비 업계의 `활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동반 성장의 참 모습이다.
앞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국가 차원의 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통신 장비 업계는 이미 수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통사가 장비 업계를 뒷받침하고 앞에서 끌어 주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