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금융업계에 불어오는 블록체인 바람

지난 6월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은 `2016년 떠오르는 10대 기술`을 선정, 발표했다. 이 안에 처음으로 `블록체인`이 포함됐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통화를 이용한 거래에서 공개 원장(장부) 역할을 수행하면서 알려진 기술이다.

한국에도 블록체인 열풍이 불고 있다. 주요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한 상용화 작업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급부터 결제, 송금, 무역금융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을 금융 분야에 융합하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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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시대 개막

블록체인을 다른 말로 쉽게 풀이하면 개인간(P2P) 네트워크다. 거래 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 서버가 아니라 여러 네트워크에 분산,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기록 및 관리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은행, 거래소 등 신뢰할 만한 중앙관리자가 있어서 양방 간 거래를 확정, 청산하며 거래 기록을 보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금융 서비스에 접목시키면 중앙관리자 역할이 필요 없다. 또한 참여자가 많을수록 데이터 무결성이 증대된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기존의 금융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평가한다. 분산장부 방식, 참여형 가치사슬 방식 기술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권 단위 블록체인 구축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금융투자업계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6개 시중 증권사가 모여 개인 인증 분야 블록체인 적용 개념 검증을 마쳤다. 업권 전체가 블록체인으로 개인 인증뿐만 아니라 장외 채권 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컨소시움 출범준비단을 구성, 참여 증권사 모집과 세부 로드맵 마련에 한창이다.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출범 준비 단계에서 참여한 6개 증권사 외에도 증권업계 전반이 참여한 컨소시움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국내 은행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중 은행 5곳이 모여 블록체인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CEV에 가입한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시중 은행 5곳이 최근 R3CEV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워크숍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R3CEV 컨소시엄은 글로벌 금융 서비스 개발 회사인 R3를 중심으로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도이치방크, HSBC 등 50개가 넘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이다. R3는 블록체인 기술을 자체 개발하거나 회원으로 참여한 금융사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기술 개발, 조사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정부도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 금융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인식하고 오는 24일 `금융권 공동 블록체인 컨소시엄` 추진 방향을 내놓을 계획이다. 공동 연구, 파일럿 프로젝트, 디지털 통화 제도화를 본격 추진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22일 “은행과 증권 각 분야의 블록체인이 호환·연동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정부를 중심으로 금융업계가 서로 의견을 나누는 장을 만드는 개념”이라면서 “블록체인 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넘어 전 산업으로 융합

블록체인이 금융산업을 넘어 제조업, 공공 부문으로 확산일로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통화 기반 기술로 여겨지던 블록체인은 제조와 유통, 사회, 문화 부문까지 초연결 사회 도래를 앞당기는 촉매로 활용되고 있다.

제조 산업의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블록체인 연계를 통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도 블록체인을 적용, 정부 예산 집행 효율화 작업 등 공유정부 형태로 융합되고 있다.

예술 작품의 출처 관리, 음원 및 콘텐츠 산업 유통 구조 변화 등 전혀 예상치 못한 영역에서도 블록체인이 침투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가 초연결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초연결 사회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다수 대 다수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긴밀히 연결되는 세상을 의미한다.

초연결 시대에는 정부·기업을 포함한 어떠한 주체도 독자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협업, 투명성, 지식 공유, 권한 분산 등을 통한 개방에 의해서만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

올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투자 규모도 급증세다. 1분기 이 분야 글로벌 투자액은 1억7000만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380% 이상 증가했다.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법 있어야

금융사들이 블록체인을 매개로 다양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해결 과제도 남아 있다. 금융권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상의 이슈에 대한 즉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다만 가상화폐는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 소비자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 등 규제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중장기로 블록체인 대중화를 위해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이 중앙통제형 전산시스템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자금융거래법 제 3조 일부를 보면 법령 적용 대상이 중앙통제형 전산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로 적시하고 있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지정, 안전성 확보 의무, 전자금융 기반 시설 취약점 분석·평가 등이 모두 동일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금융회사의 효율성 제고 차원을 넘어 금융의 포용성을 증대할 수 있는 수단으로까지 활용성을 넓혀 가고 있다”면서 “블록체인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우리나라 금융의 혁신 모멘텀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와 정책 당국 모두 균형감을 갖고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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