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는 `잘 만든 신차가 회사를 살린다`는 말이 정설처럼 돼 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회사가 어렵지만 좋은 차가 나오면 소비자로부터 인정을 받고, 결국 회사 경영 실적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현대차는 미국에서 `저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수천억원을 들여서 주력 차종 `쏘나타`의 품질을 향상시켰다. 쏘나타는 이후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다. 품질 향상은 결국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매출 성장으로 연결됐다.
2009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추락하던 쌍용차는 코란도C, 티볼리 등 신차를 통해 부활에 성공했다. 르노삼성차도 올해 `SM6`를 성공시키면서 내수 판매 10만대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지엠도 중형 신차 `말리부` 신형으로 올해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노린다.
결국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로 승부해야 한다. 연구개발(R&D)에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현대·기아차는 급성장한 2010년까지 매출액 대비 3~4%대 금액을 R&D에 투자했다.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등 신형 엔진 개발부터 안전 사양, 차체 소재 등 다양한 분야를 R&D했다. 현대·기아차는 YF쏘나타, 옵티마(국내명 K5),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싼타페, 제네시스(BH) 등 다양한 신차를 쏟아냈다. 2010년에는 포드를 밀어내고 글로벌 완성차 업계 5위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현대·기아차 R&D 투자 비중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2010년 4.01%를 기록한 이후 2011년 1.9%, 2012년 1.9%, 2013년 2.1% 등 1~2%대에 머물러 있다. 올해도 R&D비 비중이 2.2%에 불과하다. 기아차의 R&D비 비중은 3.0%이지만 지난해보다 0.1%포인트(P)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모두 부진하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5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는 점유율 `60%` 붕괴도 우려된다. 시장 상황은 점점 복잡해진다. 승자가 되려면 R&D 투자를 늘려서 신차 개발에 매진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