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제조와 서비스 융합의 중요성이 커졌다. 기존 제조업에 신기술을 응용한 서비스를 결합,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제조·서비스 융합 노력을 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산업의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 수출 중심 성장을 이어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주요 제조업 경쟁력이 저하됐다. 해외 제조업 강국과 과학·기술 경쟁력 차이가 벌어지고, 후발 주자와의 간격은 좁아졌다.
제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증강현실(VR·AR) 등 새로운 기술, 플랫폼 비즈니스 등과 융합하는 추세다. 패러다임 변혁의 시기다. 이제 더 이상 제품 성능과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과거의 글로벌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제조업의 가치를 더하는 서비스와 융합이 차별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넬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2016 산업융합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제조+서비스`의 중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 콘퍼런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가 주최·주관한 행사로, 올해 7회째다. 글로벌 제조·서비스 융합 동향과 사례를 공유하고 국내 융합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4차 산업혁명 선점을 위한 제조서비스 융합`을 주제로 산·학·연·관 전문가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알렉스 조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제조업도 플랫폼화, 서비스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다. 제조업의 거시 변화는 △소비자 수요 △제품 속성 △제조 경제학 △가치사슬 경제학으로 정리된다. 소비자 수요는 빠르게 개인화·맞춤화하는 추세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은 제조업체가 내놓은 제품을 사용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수용자에서 참가자로, 수동형에서 적극형으로 변했다. 제조자와 소비자 간 경계가 모호해졌다.
제품 속성도 한자리에 고정되지 않는다. 기능이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변경이나 확장이 쉬워졌다.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다양한 사물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멍청한 사물`에서 `똑똑한 기기`로 변모했다.
제조 경제학도 변화가 뚜렷하다. 제조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소규모 업체가 3D프린팅을 이용, 제조업에 뛰어든다. 신속한 제조, 소규모 분산화, 비용 구조 혁신 등이 진행됐다. `신속 제조·납품(Agile Manufacturing)` 방식이 생산 현장에 자리매김했다. 대량 생산에 매달리지 않고 최소 생산이 가능한 제조량 단위 생산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변화는 상업화 속도를 높이고 기존의 중개상 가치를 약화시켰다. 제조업 가치 변화를 불러왔다.
조 대표는 “지금까지 기업·산업·사회 진화를 결정해 온 경계와 제약이 희미해진다”면서 “급변하는 제조업 환경에 대비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영수 생산기술연구원장도 “제품 하나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제조업 서비스화로 차별화를 이루고 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조·서비스 융합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는 전통 제조업에 다양한 파생 서비스를 연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맞춤형 생산에 필요한 설계, 디자인, 유통 등 지원 서비스의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IoT, 빅데이터, AI 등 디지털 혁신 기술을 접목해 신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도 이에 맞춰 대응 노력을 서두르고 있다. 규제, 시장, 제도의 대전환을 추진한다. 우리 제조업의 성장을 견인한 연구개발(R&D) 부문도 개선한다.
그동안 국내 R&D 투자는 증대했지만 외형 성장에 비해 성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1위, 100만명당 연구자 수 4위 등 외형 지표는 세계 상위권이다. 반면에 내실 수준은 취약하다. 120개 전략 기술 가운데 우리가 보유한 최고 기술은 없다. 정부는 성과 제고를 위해 원천 기술 집중, 개방형, 유연한 R&D를 추진한다. 정만기 산업부 차관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필요하다”면서 “디지털 혁신 기술과 접목한 신서비스 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조·서비스 융합 아이디어 사업화를 촉진하는 작업도 구체화됐다.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는 17~19일 사흘 동안 `융합 아이디어 사업화 상담회`를 개최했다. 융합 아이디어부터 사업화를 추진하는 개인,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자리다.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과 함께 `규제 애로 상담 창구`를 운영했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