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강원도 영월 드론 시범 공역 시연장. 영월소방서에 조난 상황 신고가 접수되자 정찰용 드론이 영월군청을 출발했다. 시범 공역으로 날아온 드론은 실시간으로 정찰 영상을 전송한다. 드론은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비가시(4㎞), 고고도(450m) 비행을 했다. 정밀 정찰을 요청하자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KT 회전익 드론이 출동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조난자 위치를 탐색, 영상을 보낸다. 통신망 개설을 요청하자 LTE 중계기를 장착한 드론이 나타났다. 반경 1㎞ 이내에 접근하자 스마트폰에 와이파이 신호가 잡혔다. 통신망이 개설되자 무게 10㎏의 구호물품을 탑재한 드론이 날아왔다. 조난자 안전을 위해 바로 내려놓지 않고 주변을 돌며 안전거리를 확보하면서 접근, 정해진 곳에 떨어뜨리는 임무를 마치고 착륙했다. 물류 배송 테스트도 이뤄졌다. 영월역 앞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주문, 3.1㎞ 떨어진 영월 공역까지 배달하는 임무다. 주문한 지 5분여 만에 캔커피를 실은 드론이 영월 공역에 착륙했고, 현대로지스틱스 직원이 따끈한 캔커피를 전달했다.
드론이 산속에서 길을 잃은 조난자를 찾아 구조를 돕고, 사람을 대신해 물품을 배송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국토교통부는 16일 오후 강원도 영월 드론 시범 사업 공역에서 수색 및 구호품 배송 등 조난상황 시 드론 활용 방안과 물류 배송 비행 테스트로 구성된 공개 시연회를 개최했다. 시연회는 영월읍 지역 최장 4㎞, 최대고도 450m, 인구밀집지역 등 현행 항공법에서는 제한하고 있는 범위에서 드론 비행이 이뤄졌다. 법에서 제한하는 비가시권은 1㎞ 이상, 고고도는 150m 이상을 의미한다.
조난자 수색 업무에서 통신망 구축, 구호물품 전달까지 이어진 조난 지역 대처 시연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종합 비행 테스트 성격을 띤다. 그동안 아마존, 구글, DHL,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진행해 온 비행 테스트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최정호 국토부 차관은 “시연회를 지켜보니 드론 상용화 직전 단계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면서 “이런 정도의 여건이 되고 안전성이 확인되면 당장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국민에 서비스할 수 있게 빠르게 상용화해 드론 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범 사업 참여 업체 가운데 CJ대한통운은 지난주부터 영월 시범 사업 공역에서 국내 최초로 물류배송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 2회 1㎏ 이하 소형 물류를 배송, 개선 사항을 도출할 예정이다.
정태영 CJ대한통운 상무(종합물류연구원장)는 17일 “지난주부터 드론으로 물류 배송 서비스를 시작, 2000원의 매출이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실제 배송할 때 어려운 점이나 사업화했을 때 발생할 문제점 등을 체크해 정책으로 제언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드론 관련 새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한 시범 사업과 함께 드론 규제를 풀고 다양한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7월엔 사업 범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한 데 이어 25㎏ 이하 소형 드론의 자본금 요건을 폐지했다. 6개월 단위 장기 비행승인 제도를 도입하고, 비행승인 면제 범위도 12㎏에서 25㎏ 이하로 확대하는 등 항공법 시행 규칙을 개정해 시행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올해 규제 혁신으로 드론 관련 규제 수준이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와 비슷하거나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국토부는 드론 시장 초기 수요 창출을 위해 공공 분야에 드론을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LH 토지보상업무나 LX 지적재조사사업, K-water·국토청 댐·하천 관리 업무에 실증 사업을 추진하는 등 활용 범위와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드론 사용 사업 등록 업체 수도 지난해 698개에서 올해 962개로 느는 등 창업 활동이 활발해졌고, 조종 자격 취득 건수도 872개에서 1216개로 증가했다. 드론 활용 분야도 농업용 위주에서 영상 촬영, 건축물하자·안전진단, 측량, 관측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진정회 엑스드론 대표는 “10㎏짜리 물건을 들고 비행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불안감도 있었다”면서 “오전에 최종 리허설을 성공리에 마쳤을 때는 직원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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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