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업 유턴을 통한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 재건 정책은 두 가지 걸림돌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하나는 아시아 노동력이고 또 하나는 제품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미 제조업 부활로 위대한 미국 재건을 약속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과 부품 공급 문제 때문에 미국 기업을 다시 본토로 유(U)턴시키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WSJ는 세계 3위 계약제조업체인 자빌서키트(Jabil Circuit) 사례를 들며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몇 년 전 중국 공장의 전자부품 생산을 확대하면서 인력을 충원했다. 3주 만에 3만5000명을 신규 채용했다. 존 덜치노스 자빌서키트 부사장은 “오직 중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면서 “신속하게 변화할 수 있고 강력한 전자제품 및 부품 서플라이체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중국의 강력한 노동력 풀과 수십년 축적한 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전자산업 서플라이 체인 때문에 미국 기업의 U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제조업에서 54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공장은 8만2000개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공장을 유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45%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같은 정책이 현실화되면 중국 GDP는 4.8% 줄고 중국의 대 미국 수출은 3년간 87% 감소할 것으로 금융기관 다이와캐피털마켓은 예상했다. 그러나 WSJ는 애플뿐만 아니라 중국에 공장을 둔 델, HP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은 미국으로 유턴하기 보다는 베트남 등 다른 저임금 국가로 옮겨갈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은 맥프로 같은 하이엔드 소량생산제품은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오바마와 샌더스 등 다른 정치인도 이 같은 사례를 들어 미국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유턴하기 위해서는 생산라인을 재조정하고 서플라이 체인을 미국으로 옮겨와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애플은 아이폰을 미국에서 디자인하지만 메모리나 디스플레이는 한국과 일본에서 공급받는다. 조립과 생산은 중국에 공장을 둔 폭스콘과 페가트론이 담당한다. 미국에서는 유리와 RF부품 등 일부만 공급받고 있다. 미국 전자회사가 중국에 직접 생산공장을 두기보다 아웃소싱하고 있어 생산지역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도 유턴을 어렵게 한다.
중국이 스마트폰이나 다른 전자제품의 가장 큰 수요처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회사가 중국과 아시아에 공장을 두는 이유다. 만약 미국 기업이 철수한다면 중국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고 결국 미국 제품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숙련공 확보도 문제가 된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해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노동자는 아주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그런 노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충분히 인력을 확보하더라도 제조원가가 높아진다. 아이폰7이 미국에서 생산된다면 조립비용은 30~40달러가량, 부품원가는 50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제이슨 데드릭 시라큐스대 교수는 예상했다. 이 때문에 아이폰이 미국에서 만들어진다면 아이폰 가격은 90달러가량 추가돼 소매가격이 14%가량 상승,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