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봉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팀이 리처드 피셸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팀과 함께 단백질 효소 간 신호 전달로 DNA 염기쌍 오류를 바로잡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 전문지 네이처의 온라인판에 실렸다.
DNA는 세포 분열 때 일어나는 복제 과정이나 일상생활에서 훼손되면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물론 손상된 유전 정보를 스스로 인식하고 복원하는 단백질 효소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단백질 효소 간 상호작용과 복구 메커니즘은 밝혀진 바 없다.
이 교수 연구팀은 개별 생체 분자의 움직임을 나노미터 크기의 정확도로 추적하는 단분자 이미징 기법으로 염기쌍 오류 복구 단백질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 염기쌍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을 하나씩 밝혀냈다.
염기쌍의 불일치 오류를 인식하고 신호를 보내는 센서 역할을 하는 `MutS` 단백질은 `ATP`와 결합한 뒤 매개체 역할을 하는 `MutL` 단백질을 불러들인다. 이 두 단백질의 복합체는 DNA 상에서 결합과 분리를 반복하며 이동하게 된다. 복합체인 경우 DNA 나선을 따라 느리게 움직이고, 분리된 상태에서는 매우 빠르게 무작위로 운동한다.
특이한 점은 이들 단백질의 움직임은 잉크가 물에 퍼져 나가는 것과 같이 DNA 상에서 생체 분자의 확산 운동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확산 운동을 하면서 이동하는 두 단백질의 복합체에 또 다른 단백질 효소인 `MutH`가 매개체 `MutL`에 결합하면서 신호 전달과 오류 복구의 시작 메커니즘이 완성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세 단백질이 결합된 뒤 별도의 화학 에너지 없이 물리 형태의 확산 운동만을 통해 DNA 나선을 따라 이동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종봉 교수는 17일 “생명 현상의 원리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학문 성취뿐만 아니라 나아가 유전자 결함과 관련된 질병의 발생 원인을 알아내고 궁극으로 질병 치료 방법을 찾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