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소프트웨어(SW) 직종이 뜨고 있어 SW 관련 학과로 진학시키려고 합니다.”
미국에 사는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다. 고교생 자녀를 둔 그에게 대입 계획을 물었더니 SW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SW학과 인기가 다시 높아졌다고 말했다. SW 전공자를 찾는 일자리가 많아졌다는 게 이유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도 앞으로 SW 관련 일자리가 많이 생겨날 전망이다. 연구소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5대 유망 분야에서 약 2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내다봤다. 한국도 미국 못지않게 SW 일자리가 많아질 전망이다.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건 반가운 신호다. 그만큼 SW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의미다. SW 분야에서 희망을 찾는 인재가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도 이를 청신호로 받아들일까.
잊혀 가는 사건이 하나 있다. 농협정보시스템과 산업재해 문제로 힘겹게 싸워 온 양 모씨 이야기다. 그는 잦은 야근과 밤샘 작업으로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돼 폐의 3분의 1을 잘라냈다. 그는 2010년 야근수당을 제대로 지급해 달라며 농협정보시스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3년 동안의 소송 끝에 일부 승소했다. 그는 2013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인정 소송을 제기했고, 이 역시 올해 초 승소 판결을 받으며 산재로 인정받았다.
양씨 사건 당시 많은 사람이 SW 개발자의 삶에 주목했다. 잦은 야근과 무임금 노동 등에 지쳐 있던 SW 개발자들은 양씨 소송을 지지했다. 모금운동까지 벌였다. 그러나 3년이 흐른 지금도 현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SW 일자리가 많이 생겨도 철야근무, 야근 등 고질병 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다.
몇 년 만에 양씨와 통화했다. 그는 “직접 해보니 야근을 없애는 게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경영자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SW 개발자는 창의력이 중요하다. 결과물을 강조한 나머지 일정 맞추기에만 급급해선 안 된다. SW 개발자가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