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늦어도 16일에는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음에도 대통령 변호인 측에서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해 논란이다. 수사 대상자 측에서 검찰이 지정한 날짜를 자의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국민적 정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전례없는 대통령 수사`에 시기·방법 등을 놓고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15일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서울 고등검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16일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에는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변호사는 “현재 검찰 수사가 완결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에 있고, 언론에 의해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므로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해 의혹 사항을 모두 정리하고 대통령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조원동 전 경제수석도 압수수색을 하는 등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됐고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도 어제(14일) 출석했다”면서 “변호인으로서 의혹을 정리하고 변론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조사 일정 연기 요청에 하루 지난 17일이라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무작정 늦추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또 진상 규명을 위해 대통령 대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방침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17일도 일정이 빠듯하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전직 참모들에 대한 수사가 내주 구속기간 만료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를 근거로 조사 날짜를 내주로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사 방식에서도 검찰과 의견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면조사를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유 변호사는 서면조사가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이 사실관계를 확정한 이후에 대통령을 조사해야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물리적으로 (지금은) 조사가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서면조사가 바람직하며 대면조사는 최소화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00만 성난 민심과 여론을 의식해 유 변호사와 청와대 측도 검찰이 요구하는 대면조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조사 장소로 경호문제 등을 들어 검찰청사 출석만큼은 피하려는 것으로 감지된다. 청와대나 혹은 제3의 장소에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취지로 협상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박 대통령을 조사한다고 밝혔지만 향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운영에 관한 박 대통령 지시는 정상적인 국정 수행 일환으로 위법행위가 아니며 최 씨 등 측근 비리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에 대한 재단 강제모금 의혹에도 박 대통령이 `문화 융성`이라는 국정기조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상적인 업무 지휘 성격이라고 변호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단 기금을 출연하며 대기업과 대통령 간 대가성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면 뇌물죄가 성립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
최 씨에 대한 연설문 등 사전유출 의혹은 박 대통령 본인이 상당 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한 만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적용된다. 여기에서도 완성본이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정식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 국가 안보나 국민 안전과 직결된 기밀사항은 아니었기 때문에 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 조사 이후도 관심사다. 대통령이 각종 의혹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지만 혐의 사실이 확인되면 탄핵까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검찰 조사가 끝나면 14일 여야가 합의한 특별검사 수사에도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야당 추천 특검이 수사를 지휘하게 되면 최 씨 사태는 물론 `세월호 7시간` 논란까지 특검 대상에 포함되면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 개연성이 높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