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나 토요타 등 자동차 제조사는 가상현실(VR)로 `컨셉트카`를 디자이너 간 공유할 수 있다.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이라도 같은 장소 이미지를 함께 본다. 이케아는 가구 색상이나 배치를 시각화해 보여준다. 주방구조를 바꿀 때 시각화하면 배우자와 싸울 일도 줄어든다. 태블릿 PC 등을 시각화해 적용할 수 있다.”
지미 펑 HTC 바이브 대표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 콘텐츠 콘퍼런스` 기조강연자로 나서 VR가 바꿔줄 미래를 제시했다. VR와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3차원 시각화가 우리 생활과 산업을 바꿀 것이란 게 그의 시각이다.
HTC 바이브는 VR 플랫폼기기 `HTC 바이브`를 만드는 회사다. `HTC 바이브`에선 다양한 VR 게임을 즐길 수 있다.
◇VR가 상상을 현실로 바꿔
펑 대표는 VR가 게임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학산업 분야도 VR로 바뀔 수 있다. 병원에서는 현재 의사가 수술준비를 보다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데 가상현실을 사용 중이다. 환자에게는 수술과정을 좀더 시각적인 방식으로 설명함으로써 이해도를 높인다.
전통적인 교실도 바꾼다. 그는 “통상 학교 수업으로는 20~30% 정도 학습효과만을 거두는 반면에 VR를 활용하면 학습효과는 40~ 50% 까지 향상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
쇼핑 역시 VR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자동차나 대형 가구를 구매할 때 실제 구매를 현실화할 때 갖는 느낌을 VR로 구현하는 것이다.
일본 기업 IKEA는. HTC VIVE를 사용해 가상 부엌을 만들어 고객들로 하여금 가상현실 속의 부엌을 마치 실제로 둘러보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실사이즈 부엌이 어떻게 표현될 지를 미리 둘러볼 수 있다. 이는 제품디자인, 부동산, 인테리어 디자인 등 다양하게 적용 가능하다.
펑 대표는 “오랫동안 VR는 단순히 아이디어 그 자체로만 머물러왔던 때가 있다”며 “기술 발전과 더불어, 우리는 마침내 아이디어를 실생활 속에 구현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더 이상 신체적, 경제적, 지리적 한계에 갇혀있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을 예로 들며 “한국은 게임 선도 국가로 게임을 넘어서, VR가 영화, 비디오, 놀이공원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AR는 자연과 호흡하는 기술
데니스 황 나이앤틱 총괄감독은 AR와 VR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VR가 HMD를 착용하고 몰입하는 것인 반면에 AR는 현실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나이엔틱이 개발한 `포켓몬 고`와 `인그레스` 성공이 이를 대변한다고 평가했다.
위치기반 기술을 가진 나이엔틱은 `포켓몬 고` 개발 때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조금 더 사람끼리 가까워지고 자연과 친해지는 시간이 많아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각해 모든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를 활용해 위치기반 AR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재미있게 이용해자는 것과 사람이 직접 걸으면서 게임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어려운 점도 있었다. 야외에서 즐기는 게임인 만큼 태양이 비치는 낮에도 캐릭터가 선명하게 보여야 했고 손으로 조작하는 사용자 편의성도 중요했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앞질렀다. 황 총괄감독은 “당시 포켓몬 고 열풍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500배 많은 서버 용량을 필요로 했다”고 술회했다. 실제 포켓못 고는 5억건 넘게 내려받았고 사용자는 46억㎞ 이상을 걸었다.
그는 AR가 VR보다 보다 인간적 기술이란 점에서 상호보완하면서 새로운 장르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AR는 스마트폰 외에 다른 하드웨어가 필요없고 실시간 상황에서 인간이 환경에 친숙해지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총괄감독은 “VR가 아직 초창기고 기계와 대화를 기반으로 해 보다 실생활과 연결하는 진보가 이뤄져야 하지만 AR는 지금 그대로도 현실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기술과 콘텐츠 결합 새 장르 만들어질 것
향후 문화 콘텐츠와 기술이 결합해 산업과 기술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콘텐츠와 기술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장르와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촉매제로서 콘텐츠와 문화기술의 만남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콘퍼런스가 콘텐츠와 문화기술의 융합이 만들어 갈 미래 비전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