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전량 수입해오던 전계방사형 주사전자현미경(FE-SEM)을 15년간 연구개발(R&D) 끝에 국산화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경쟁 제품보다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췄다. 이 제품은 연구소 별 새 예산이 집행되는 내년 시판할 예정이다. 국산 현미경의 `반란`이 예상된다.
새론테크놀로지(대표 구정회)는 국산 FE-SEM `세미론 5000` 제품화 개발을 완료해 시판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FE-SEM은 전자현미경 일종으로 범용 전자현미경(노멀 SEM)보다 관찰 능력이 뛰어난 초고성능 현미경이다. 분해능은 1나노미터(㎚), 배율은 100만배에 달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R&D 현장에서 수요가 높지만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2014년 기준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레티콜 취급·이송 장치가 부착된 SEM 수입액은 1억5000만달러(약 1755억원)에 달했다.
이 시장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은 물론 수출길도 열 것으로 기대된다. FE-SEM은 세계에서 4개국 5개 회사가 독점한 고부가 제품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성과로 FE-SEM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다섯 번째 국가가 됐다.
FE-SEM은 경통(컬럼) 설계 기술이 핵심이다. 전자현미경은 광학현미경과 달리 빛 대신 전자 빔을 활용해 시료를 관찰한다. 노멀 SEM은 열로 전자를 끌어내리지만 FE-SEM은 전극으로 전자를 끌어내린다. 결정광원 전자가 번지지 않기 때문에 1㎚ 혹은 옹스트롬(Å) 단위까지 분해능이 높아진다.
새론테크놀로지는 자체 경통 설계 기술을 갖춘 몇 안 되는 회사다. 2001년 노멀 SEM 국산화 이후 제품을 다변화하면서 FE-SEM 출시를 준비했다. 제품 개발에 무려 15년이 걸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구정회 대표는 “회사 설립 때부터 FE-SEM을 국산화하려고 했지만 한 번에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면서 “노멀 SEM은 알려진 정보가 많았기 때문에 금방 국산화했지만 하이엔드 제품은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일일이 실패를 거듭하며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5년 절치부심한 만큼 제품 경쟁력이 높다. 분해능, 배율, 속도 등 주요 성능 지표가 외산과 동등하다. 시료 특성, 고객 요구에 따른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 광학 100만 배율과 별도로 8배 디지털 줌을 제공해 최대 800만 배율로 시료를 볼 수 있다.
`TSEM` 기능을 활용하면 시료 표면 이미지와 투과 이미지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오토 스테핑&타일링`은 특정 구간에서 여러 장 영상을 촬영해 자동 합성하는 기능이다. 고배율 영상을 한 장에 압축했기 때문에 확대해도 이미지가 깨지지 않는다. 이들 부가 기능은 별도 패키지 없이 기본 내장했다. 경쟁품에 없는 특화 기능이다.
새론테크놀로지는 2001년에도 노멀 SEM 국산화로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국내에 후발 기업들이 생겨나자 유럽 제조사가 철수하기도 했다. 새론은 노멀 SEM을 인도 바바원자력연구소(BARC)에 납품하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전자현미경 분야에서 16년 명성을 쌓아온 만큼 FE-SEM 시장 진출도 무난할 전망이다. 다른 장비 기업과 협업하면 대형 양산·검사 장비 구성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구 대표는 “노멀 SEM 시장에서 쌓은 명성이 있고 FE-SEM 개발 소식도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실제 출고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치 기업과 상생 모델이 있다면 핵심까지 국산화한 토털 솔루션 장비 사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