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이동통신사가 휴대폰 매장 단가를 관리한다. 판매수수료 또는 리베이트로 불리는 단가 를 관리, 시장 과열을 차단하고 유통망 안정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지원금 상한제 일몰 혹은 조기 폐지에 대비한 대응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통신시장 유통질서 건전화 시스템 기능 고도화`를 추진한다. 약 8억원을 투자해 방문판매원 사전승낙 시스템, 이동통신 유통망 모니터링, 사전승낙 절차 강화 시스템을 구축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동통신 유통망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KAIT는 제안요청서(RFP) 기능 요구사항에 `각 지역 안테나숍 단가 제보의 모니터링 지수 산출 및 다양한 통계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발 추진`을 명시했다.
유통업계에서 `안테나숍`은 수요조사, 광고효과 측정을 위한 일종의 테스트 매장이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역할이 다르다. 시장 과열과 불법 등을 모니터링해 정보를 제공하는 일반 판매점이다.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안테나숍`과 `단가 제보`라는 용어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안테나숍과 감시 인력으로 단가 정보를 관리하고, 이를 전산화해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을 문서로 공식화한 것이다.
휴대폰 단가는 대리점별로 다르다. 이통사(또는 지역본부)가 책정하는 본래 단가(원단가)는 같지만 각 대리점 영업 상황이나 정책에 따라 단가가 달라진 후 판매점으로 내려간다. 정부나 이통사는 판매점별 단가를 알 수 없다. 안테나숍이나 감시 인력을 운영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단가는 30만원 미만이다. 정부는 30만원 이상이면 시장이 과열됐다고 본다. 불법 발생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해 시장 감시를 강화한다. 매장별 단가 관리를 강화하고 수치를 통계자료로 활용하면 시장 과열을 사전에 차단할 가능성이 커진다.
KAIT 관계자는 “유통점별 단가가 다르고 변동이 있어 이를 확인하고 시스템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라며 “이통사와 공동 추진하는 자율적인 시장정화 활동의 일환으로 특정 규제를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정부 지원금 없이 이통사와 KAIT가 추진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됐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앞둔 정부의 대비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단통법 조항인 지원금 상한제는 내년 9월까지 유지된 후 폐지된다. 조기폐지 법안이 발의된 상태여서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제도 폐지 후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분석이다.
유통가는 불만을 표시했다. 리베이트 수준을 결정하는 주체는 이통사인데, 이통사가 이를 단속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불법 판매 증거가 아닌 단가표만으로 전산차단 등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이는 법에도 없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상우회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30만원 이상인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닌 데 단가 채증은 리베이트가 불법으로 쓰인다는 전제 하에 시행되는 게 문제”라며 “차라리 리베이트에 포함된 제조사 지원금을 활용해 단말 출고가를 낮추는 정책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