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추천 총리가 내각 구성]차기 총리 `대통령 권한배분 범위·실천`이 관건

Photo Image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단독면담을 갖고 있다. 13분만에 회동은 끝났다. 사진은 TV화면 갈무리.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에 총리지명권을 일임하면서 차기 행정내각은 거국내각제에 준하는 형태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 총리에 내각 통할 권한을 준다면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권한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새 총리 추대 과정에서 여야가 거세게 대립할 여지가 있는데다 논의 자체가 중단되면서 총리 추천이 불발되면 더 큰 국정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야 총리 추천 합의 이룬다면…내각제

청와대는 이날 국회에 가능하면 빨리 총리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 대통령과 정 국회의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지금 무엇보다도 국정안정을 위해 총리후보를 빨리 추천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 국회의장은 “여러 정당들도 당리당략을 넘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마음을 비우고 겸허한 자세로 노력하면 해법이 나오지 않겠나 싶다”며 “다른 정당들과 소통하면서 제기되는 의견들이 있으면 즉각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국회서 일사천리로 여야 총리 추천에 합의를 이룬다면 사실상 거국내각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비상시국에 여야 합의에 의해 선출되는 총리는 사실상 `책임총리`보다 더 막강한 실권을 가진다. 또 새로운 총리가 장관 등 내각을 구성할때 국회와 협의해서 뽑는다면 일본과 영국이 채택하고 있는 의원내각제 형식도 될 수 있다. 대통령의 권한은 실질적으로 크게 축소된다.

다만 박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지명권을 일임한 것을 두고 아직 해석의 차이가 있다. 박 대통령은 여야 합의로 선출된 총리에서 `실질적` 권한을 주겠다고 밝혔으나 야권은 실질적 권한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임 총리의 권한이 정확하게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총리를 추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청와대는 신임 총리가 임명되면 추후 협의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영군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열린 사후 브리핑에서 “(총리 권한은) 신임 총리가 임명되면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총리가 야당 출신의 인사만 쓰려고 할 경우에 대해서도 “그 문제도 추천된 총리가 나오면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가 실질적 권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추후 협의하겠다는 형식적인 멘트만 내놓으면서 이에 대한 여야청간 논란의 불씨를 남겨뒀다.

◇국회 추천도 불발되면…더 큰 혼란으로

여야는 벌써부터 새 총리 후보를 놓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년 여야 각 당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탓에 여야 합의로 총리를 선출하는 과정 조차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다. 각기 다른 셈법으로 각기 다른 총리 후보를 선호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가는 또 총리 후보를 복수로 추천할지, 단수로 추천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후보군을 몇명으로 둘지, 권한을 어디까지로 할지 등 조정해야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또 무엇보다 비상시국의 `대안 정부` 수장으로 선출되는 만큼 주도권 확보에 여야 모두 안간힘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여야가 거세게 대립하면 논의 자체가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리 추천이 지연되거나 불발되면 국정은 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리와 대통령의 국정 권한 범위를 놓고 여야간 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국정마비에 따른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