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 62억원 대형 비리 의혹...금감원 조사 착수, 형사고발도

‘POS 단말기 보안강화 사업’서 협회 간부·큐테크플러스 유착

여신금융협회에 60억원이 넘는 기금 운영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협회는 내부 감찰을 통해 해당 부서장을 대기 발령시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협회는 조사를 토대로 관련자는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가 추진하던 `POS 가맹점 단말기 보안강화 사업` 과정에서 협회 간부 등이 연루된 비리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업은 신용카드 가맹점 POS 단말기를 통해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추진됐다. POS 단말기에 카드 거래 정보 저장을 막고 주요 거래 정보는 암호화해 정보 유출을 차단하는 게 골자다. 2010년 신용카드사들이 사업 추진을 위해 80억원 기금을 조성했다.

당시 협회가 사업자로 큐테크플러스와 계약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중단됐다. 금융 당국이 집적회로(IC)카드 단말기 보급·전환 계획을 밝히자 마그네틱(MS) 기반의 보안강화 사업의 필요성이 없어진 셈이다.

하지만 당시 사업 총괄 부서(종합기획부)는 선입금 20억원을 포함해 62억원에 이르는 돈을 큐테크플러스에 지급했다. 사업 중단으로 돈을 환수해야 하지만 해당 부서장이 세 차례나 수정계약서를 만들어 환수를 미뤘다. 오히려 IC 기반 보안 제품을 개발하도록 계약서를 수정했다.

협회 내부 감찰 결과 해당 사업자에 대금을 조기·과다 지급했고, 자금 집행 이후에도 사후관리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해당 회사와 협회 간부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협회는 금감원 조사를 통해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형사 고발 조치를 하기로 했다.

본지가 입수한 `신용카드 보안장비 개발생산 수정 계약서`에 따르면 협회와 큐테크플러스가 체결한 대금 지급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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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금융협회와 큐테크플러스가 체결한 `신용카드 보안장비 개발생산 수정계약서` 조항. 대금청구와 지급 항목을 보면 상당 금액을 조기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계약서에 선입금부터 중도금, 잔금까지 모두 제품 개발과 보급이 이뤄지기 전에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서에 명시했다.

계약서에 명기된 손해배상 부분도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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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명기된 손해배상 조항. 납품이 완료되지 않으면 2배에 달하는 금액을 물어줘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예외조항을 두는 등 의문투성이 계약이다.

납품이 완료되지 않으면 본 계약 총액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다고 했지만 `부득이한 사유`로 납품이 지연되면 상호 협의해 결정한다는 예외 조항을 달았다. 이 예외 조항을 이유로 6년이 지났지만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

실제 제품 개발을 진행했는지도 의문이다. 협회는 자체 감사를 통해 큐테크에 실제 제품이 있는지 실사를 진행했다. 확인 결과 당초 보급 물량(20만대)의 10%인 2만여대 재고가 확인됐지만 상당수가 시장에서 사용할 수 없는 불량 제품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외에도 해당 업체와 협회 간부 간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2013년 여신협회가 추진한 매출전표 공동 수거 사업에도 해당 업체가 등장한다. 협회가 선정한 사업자인 한국정보텍이 문제의 회사와 사업장 주소가 일치하며, 큐테크 대표는 한국정보텍 사내이사도 겸임했다.

관련 업계는 이번 사태가 금융 당국의 안일한 검사 체계와 주요 사업을 협회에 의존하는 잘못된 관행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실제 이 사업은 가맹점을 위한 공익사업이다.

60억여원에 이르는 기금을 수년간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는 금융 당국과 협회의 무능한 실태가 드러난 셈이다. 협회는 조만간 조직 대개편은 물론 형사 고발을 통해 기금을 회수하는 한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은 “자세한 건 금감원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면서 “선량한 직원이 피해를 받지 않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강력한 조직 쇄신은 물론 법 대응도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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