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우리나라 5G, 세계 표준 성큼

KT가 공개한 `KT 5G-SIG(5G 규격협의체)` 규격은 인텔, 삼성전자, 노키아, 퀄컴 등 글로벌 기업과 개발한 `KT 평창 5G 기술규격`이다.

규격 공개는 평창 시범서비스 규격 중심으로, 궁극적으로 5G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우리나라 5G 규격이 세계 표준에 한 걸음 다가간다는 의미도 있다.

◇평창 규격, 왜 공개했나

KT는 지난 3월 KT 평창 5G 기술규격 개발을 완료했다. 하지만, 한동안 외부에 공개하지 못했다. 5월 5G 전략추진위원회와 한국통신학회 세미나에서 비공개로 발표했다. 알려진 것은 28㎓, 시분할(TDD) 방식을 채택한 것에 불과했다.

KT가 8일 공개한 평창 5G 기술규격은 이외에도 100㎒폭 주파수 8개를 묶는 8밴드 주파수집성(CA), 다중안테나(MIMO), 하이브리드 빔포밍, 동적 시분할 방식, 부반송파 간격(데이터 전송 전파 사이 간격) 76㎑ 등 상위 규격과 이를 구현하는 세부 규격으로 구성됐다.

규격을 알리지 못한 것은 규격협의체간 협약 때문이다. 협의체 참여사는 한 사업자 일방으로 규격을 공개할 수 없도록 협약을 맺었다. 참여사간 경쟁 관계, 국가와 대륙별 이해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규격 공개는 퀄컴 5G 모뎀칩 공개, KT와 버라이즌 간 5G 규격개발 협력이 영향을 미쳤다. 버라이즌은 내년 말 5G 상용화를 노린다. KT와 공동 규격을 개발하며 평창 5G 기술규격도 상당 부분 포함된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가 KT와 손을 잡았기 때문에 규격협의체도 더 이상 규격 공개를 미룰 의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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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 3월 KT 평창 5G 기술규격 개발을 완료했다. 하지만 협의체 협약 때문에 한동안 외부에 공개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오성목 KT 부사장이 한국통신학회에서 KT 평창 5G 기술규격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심 생태계 확산 기대

KT 평창 5G 기술규격 공개는 국내 기업 중심 5G 생태계를 확산하고, 국제 표준을 선점한다는 의지다. 국내 중소기업과 연구소, 통신장비, 솔루션 분야 선행 연구가 가능해졌다. 그동안 5G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도 국제 표준화 이전인데다 선행규격이 없어 어려웠다. 선행 연구 기업은 수출 기회도 잡을 수 있다.

해외 통신사와 제조사도 평창 5G 기술규격을 준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규격 사용 기업과 국가가 늘면 국제 표준화 가능성도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세계 표준화에 앞서 시범서비스를 선보인다. 우리가 구현한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제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우리나라 규격 사용 기업과 국가가 많으면 표준화에 유리하다.

5G는 지금 우리가 쓰는 4G LTE보다 20배 이상 빠른 통신 기술이다. 자율주행차, 원격진료, 가상현실(AV) 등 폭넓은 미래 서비스에 사용된다. 통신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에서도 핵심을 담당할 게 분명하다.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5G 시장 선점 전략이 필요하다. 규격 공개로 이 같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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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 3월 KT 평창 5G 기술규격 개발을 완료했다. 하지만 협의체 협약 때문에 한동안 외부에 공개하지 못했다. KT가 버라이즌과 공동 규격을 개발하면서 규격 공개가 가능해졌다. 황창규 회장(오른쪽)과 버라이즌 로웰맥아담 대표가 버라이즌 본사에서 MOU 체결 후 기념 촬영하는 모습.

◇통신 3사 협력 계기되길

통신업계는 KT 평창 5G 기술규격 공개가 통신 3사가 5G 기술개발에서 협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경쟁 관계를 뛰어넘어 국가 차원에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신3사는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과 전후로 시범서비스를 추진한다. 5G 국제 표준화(1차) 완료는 2018년 6월이다. 국내 전문가는 세계 표준이 국내 통신사가 개발하는 규격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통신사 간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면 KT가 개발한 5G 평창 기술규격을 국제 표준으로 제시할 지, 다른 통신사 규격을 선택할지는 논쟁이 불거질 수도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KT가 규격을 공개했지만 다른 통신사 역시 글로벌 협의체 중심으로 규격을 개발하고 있어 향후 국가 표준을 만들 때 논란이 될 수도 있다”며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기 때문에 통신사별 규격에 큰 차이는 없겠지만 자존심 싸움으로 3사의 노력이 빛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신사간 경쟁을 벗어나 `대한민국 5G 표준`을 만드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라이즌은 기간망과 기지국을 연결하는 모바일 백홀 용도로 5G를 개발, 내년 말 상용화한다. 일본은 NTT도코모를 중심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5G 상용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의 상용화 목표 시점은 세계 표준화 이후라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표준화 시기상 불리함을 딛고 5G 표준화와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통신 3사 간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KT 기술규격 공개를 계기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KT 5G 국내외 활동

평창 5G 시범서비스 상위 규격

자료:미래부

[뉴스해설]우리나라 5G, 세계 표준 성큼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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