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결국, 밥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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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주 국제부장

미국 대선이 오늘(현지시간 8일) 치러진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날 미국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을 선출한다. 이 선거인단이 다음달 19일 대통령 투표를 하고, 내년 1월 20일 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다.

시인 함민복이 생각난다. 그는 `밥의 시인`이다. `긍정적인 밥`이라는 시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시 한 편에 삼만원이라면/너무 박하다 싶다가도/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라고. 유례없는 진흙탕 싸움을 벌인 미국 대선을 보면서 함 시인을 떠올린 건 밥이 경제고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경제가, 일자리가 여전히 대선 승패를 좌우한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이 추세는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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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두 후보는 `역대 최악 비호감 대선 후보`다. 온갖 폭로전이 난무하면서 갖은 스캔들과 부정부패 의혹이 터져 나왔다. 대선 후보의 이 같은 추문에 정의와 공평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수호국 미국의 이미지는 처참히 무너졌다. 미국 유권자들은 `막말 잘하는 호색한 아저씨`와 `거짓말 잘하고 탐욕스러운 아줌마` 가운데 하나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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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는 오차 범위 안에서 혼전세다. 막판까지 박빙 승부를 펼치면서 승자는 9일(현지시간) 새벽이나 돼야 가려질 전망이다. 미국 대선은 `매직넘버 270` 싸움이다.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면 이긴다. 세계는 힐러리를 응원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리스크`하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미국 경제학자 370명도 최근 “트럼프를 뽑는 것은 위험하고 파괴적”이라며 그를 거부했다.

주위 사람과 미국 대선을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어떻게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됐으며,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인들도 “트럼프 지지를 도대체 이해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트럼프 지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있다. 위스콘신주에 있는 작은 마을 아카디아다. 이곳은 15년 전 인구가 2400명이였다. 2014년 말에 3000명으로 늘었다. 남미에서 건너온 히스패닉 때문이다. 히스패닉 비중이 15년 전 3%였는데 현재 35%로 늘었다. 주력 산업인 낙농업의 일자리 30%를 이들 히스패닉이 차지했다. 마을 중심에는 히스패닉 상점이 하나둘 늘고 있다. 점증하는 히스패닉에 아카디아 백인들은 우려와 경계심을 갖고 있다. 아카디아 백인 같은 이들 백인 남성 하위층이 트럼프를 철옹성같이 지지한다. `밥` 우려 때문에 이들은 트럼프가 호색한이든 무례한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백인 하위층의 투표율은 전통으로 낮다. 2012년 대선 때도 이들 투표율은 57%에 그쳤다. 반면에 힐러리 지지층인 대졸 이상 고학력 백인 투표율은 79%나 됐다. 대선 결과는 `밥` 위협을 받는다고 느낀 백인 하위층이 얼마나 많이 투표장에 가는냐에 달려 있다.

`욕심 많은 아줌마`가 되든 `호색한 아저씨`가 되든 이것 하나는 명확하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로 표현되는 `밥 전쟁`이 격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독일,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 국가다. `우리 밥`을 위협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방은주 국제부장 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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