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도체 희망펀드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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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 3월 제10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 취임식에서 “희망펀드를 조성해 우수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기술자가 투자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반도체산업협회장 취임 일성은 7개월여 만에 현실이 됐다. 총 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희망펀드가 조성됐다. 삼성전자가 500억원, SK하이닉스가 250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정책금융과 벤처캐피털 민간 자금이 더해졌다. 이 펀드는 국내 반도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인다. 사업 다각화, 인수합병(M&A) 등을 돕는다.

희망펀드는 반도체 펀드로는 두 번째다. 협회는 2010년에도 1350억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했다. 이때도 삼성이 300억원, SK하이닉스가 150억원을 출자했다. 1호 반도체 펀드는 현재 투자를 마치고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회수 작업은 2020년까지 계속된다.

희망펀드 투자 대상은 중소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투자 환경이 열악한 반도체 스타트업 지원에도 쓰인다. 반도체 사업은 초기 비용 부담이 높아 스타트업 생태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아이디어와 개인 역량, 노트북 한 대만 갖고 창업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와 비교하면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이 분야의 육성에 성공하면 국내 반도체 산업은 물론 장기로 볼 때 제조업에 기반을 둔 국내 전자산업계에 크게 기여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때문에 펀드는 산업 경쟁력, 국가 이익 기여도를 고려해 운영돼야 한다. 금융 논리를 아예 배제할 순 없겠으나 `돈만 벌겠다`는 생각은 되도록 지양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알려진 유망 기업이라면 굳이 반도체 희망펀드가 아니라 하더라도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희망펀드 운용으로 반도체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창업 성공 사례가 두루 나온다면 삼성과 SK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다니던 임직원이 구태여 중국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다. 국내 기업이 이 펀드에 거액을 출자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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