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형은 바로 오리엔탈 분지(Orientale basin)다. 이 분지 지름은 무려 580마일(933㎞)이다. 서울에서 부산 직선거리(325㎞)의 세배에 육박한다. 단순한 분지가 아니라 중심이 같은 거대한 세개의 동심원으로 이뤄진 독특한 형태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이 분지가 형성된 과정을 밝히는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논문 작성에 참여한 브랜든 존슨 브라운대 교수는 “오리엔탈 분지를 만든 거대한 충격이 초기 태양계 행성 지각변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몇 개의 동심원으로 이뤄진 거대한 구덩이(크레이터)는 태양계 행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대부분 태양계 형성 초기에 만들어졌다. `무거운 충격`(heavy bombardment)의 시기로 알려진 때였다. 오리엔탈 분지는 38억년전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구와 달의 크레이터는 서로 다른 운명을 맞았다. 지구의 크레이터는 판구조 변화와 침식 등으로 그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반면 달은 공기가 없고 지각이 변화가 없어 오리엔탈 분지는 38억년간 그대로 유지됐다. 이 크레이터는 가장 젊고 보존이 잘 된 크레이터 중 하나다.
이 크레이터를 연구하기 위해 나사는 2012년 쌍둥이 달 탐사선 그레일(GRAIL) 우주선을 발사했다. 이 우주선은 달 상공 2~4마일 위에서 고화질 사진과 데이터를 수집했다. 과학자들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숨겨진 달의 지반 구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분화구와 동심원 지도를 만들고 충격에 의해 분출된 잔해 범위 등을 알 수 있었다. 또 40마일(64㎞) 크기 천체가 초속 약 9마일(14㎞) 속도로 충돌해 형성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충격은 많은 물질을 밖으로 분출했다. 그리고 달 아래 지층에 있는 따뜻하고 약한 물질이 융기했다. 충격에 의해 만들어진 절벽은 바깥 두 고리를 형성했다.

안쪽 링은 나중에 만들어졌다. 운석이 붕괴하면서 융기가 일어났다. 그리고 융기가 스스로 붕괴된 후 다른 물질들이 위로 솟아올라 안쪽 링을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은 빠르게 일어났다. 연구팀은 충돌이 있은 후 몇 분만에 절벽과 중심부 구덩이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태양계 행성 형성과정을 구명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크레이터 형태를 통해 달 내부 온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존슨 교수는 “오리엔탈 분지와 다른 크레이터를 비교해 달의 온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지구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버 교수는 “태양계 형성 초기 지구가 얼마나 극단적인 환경에 처해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연구에 의미를 부여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