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인수한다.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 거래다.
27일(현지시각) 퀄컴은 NXP를 470억달러(한화 약 53조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NXP 주식 한 주당 인수가격은 110달러로 전날 종가 기준 11.5% 프리미엄이 얹어졌다. 인수액 470억달러에는 NXP의 부채가 포함돼 있다. 부채를 제외한 인수금액은 390억달러다.
양사 이사회는 이번 M&A를 승인했다고 퀄컴은 밝혔다. 각국 규제 당국의 심사를 마치면 내년 말 인수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합 회사의 연 매출은 3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연간 5억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했다.
퀄컴은 전 세계 스마트폰용 모뎀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 1위 업체다. NXP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시장 1위 업체로 지난해 프리스케일반도체를 인수해 차량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 르네사스, 독일 인피니언을 누르고 1위로 도약했다.
퀄컴이 NXP를 인수하게 된 배경은 모바일 시장의 성장 한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제품은 내다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퀄컴의 미래를 우려했다. 애플과 화웨이는 자체 설계한 칩을 사용한다. 샤오미, ZTE, LG전자도 독자 칩을 개발 중이다. 퀄컴은 지난해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칩 공급이 끊어지자 연간 매출이 역성장했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퀄컴이 NXP를 인수하면 차량 반도체 시장을 단숨에 석권할 수 있다. 프리스케일을 인수한 NXP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퀄컴이 NXP를 인수하면 모바일, 5G, 자동차, IoT 분야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퀄컴의 매출액(192억달러) 순위는 인텔(503억달러), 삼성전자(447억달러), TSMC(277억달러), SK하이닉스(182억달러)에 이은 5위였다. NXP를 인수해 연간 매출이 300억달러를 상회하면 세계 반도체 업계 매출액 순위 3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이번 딜은 반도체 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최대 기록은 지난해 아바고가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약 42조원)에 인수한 것이었다. IT 업계 전체로는 델의 EMC 인수(600억달러)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