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게임으로만 여겨졌던 VR(가상현실) 기기가 이제는 산업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기기로 자리잡는다. 지게차나 크레인 작동 훈련부터 항공기, 선박 정비까지 VR장비가 사용된다. 과거 훈련 교본이 책이나, 모니터 화면이었다면 이제는 직접 체험할 수 있는 VR 기기로 사고위험은 줄이고 교육효과는 배가한다.
한국전자전 VR 가상훈련시스템관에는 VR 관련 12개 기업이 부스를 마련하고 자사의 다양한 산업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가상현실 기반 훈련장비를 제작하는 토탈소프트는 용접훈련 시뮬레이터를 비롯해 천장크레인 운전 훈련장비, 컨테이너 크레인 운전 훈련장비 등을 선보이고 있다. 용접훈련 시뮬레이터는 실제 용접 훈련시 발생할 수 있는 가스 중독, 섬광, 어지러움 등 질병과 사고로부터 훈련자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사용자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기를 쓰고 실제 용접봉과 흡사한 기기를 이용해 실습한다. 토탈소프트 관계자는 “진동기술인 햅틱 적용으로 용접시 불꽃이 튈 때 미세한 진동까지 주어 실제로 용접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준다”면서 “단계별 훈련 콘텐츠와 상황에 맞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어 훈련 효과도 높다”고 말했다.
알앤타임은 포크레인, 지게차 등 자격증 취득을 돕는 VR 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포크레인과 같은 조작장치에 VR를 접목했다. 조작장치는 모듈형으로 제작해 포크레인, 지게차 등 다양한 방식 변화도 자유롭다. 알앤타임 관계자는 “실제 볼보나 현대자동차에서 훈련용으로 장비를 구매했다”면서 “고객 요구에 맞춰 HMD 기기를 사용하거나 디스플레이를 360도로 꾸미는 등 다양한 환경에 맞춰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미디어테크는 선박건조, 항공정비 등 복잡한 기계를 하나하나 뜯어볼 수 있는 VR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VR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활용해 HMD가 아닌 안경과 흡사한 글래스를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미디어테크 관계자는 “기존에는 교보재가 책, 동영상에 한정됐지만 이제는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 조작할 수 있다”면서 “가상훈련을 통해 위험을 미리 예방할 수 있고, 도입되지 않은 기기까지 활용할 수 있어 산업현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부품연구원은 가상훈련 공동플랫폼을 만들어 VR 관련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기업을 돕는다. VR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랜더링 엔진, 소리, 물리엔진 등 각각의 기능을 하나의 세트로 묶은 `가상훈련콘텐츠 툴`을 만들고 있다. 김영범 전자부품연구원 전임연구원은 “현재 만들고 있는 툴은 신체로 비유하면 척추라고 할 수 있다”면서 “기업이 이 툴을 이용해 뼈대에 살을 붙여 좀 더 쉽고 발전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