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망 사업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이후 정보통신부가 통합지휘 무선통신망 구축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사고 현장에서 소방,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의 무선통신 체계가 서로 달라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재난 관련 기관 통신망을 일원화해 일사불란한 지휘통제 체계를 만들자는 게 재난망의 목적이다.
2005년부터 서울·경기 지역에 국가통합망(GRN)이라는 명칭으로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모토로라 테트라를 사용했다. 하지만 2008년에 특정 업체 특혜 및 투자비 과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업이 중단됐고, 이후에도 오랜 기간 추진되지 못했다. 사업이 행정안전부로 이관되고 담당 공무원도 계속 바뀌면서 사업은 표류했다.
2011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기술 검증과 사업타당성 검토를 진행한 결과 테트라와 와이브로가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예비타당성 용역을 맡겼다. 2013년 시작된 예타는 이듬해 세월호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테트라와 와이브로 모두 경제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표류하던 사업은 2014년 5월 세월호 사건 이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재난망 추진을 약속하면서 전환기를 맞는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던 4월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는 해경과 소방, 군, 지자체 담당자 간 무전통신이 되지 않았다. 조명탄 한 발 쏘는데 40분이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난망 조기 구축을 약속한 이유다.
통신 기술은 LTE로 결정됐다. 테트라와 와이브로 대신 멀티미디어 환경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700㎒ 주파수 할당, 정보전략계획(ISP) 수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ISP 종료 이후 결과물을 두고 예산 낭비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총사업비를 재검증한 끝에 8월에야 시범사업이 발주됐다. 시범사업 발주가 늦어지면서 본사업까지 연이어 지연됐다.
지난 6월 시범사업 완료 이후 ISP 부실과 예산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올해 1차 본사업 발주가 어려워졌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