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대해 미국 정치권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랜덜 스티븐슨(Randall Stephenson) AT&T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AT&T는 미국 2위 통신업체고 타임워너는 미국 3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업체다. 두 회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합병에 합의 한 바 있다. AT&T 시가총액은 2200여억달러, 타임워너는 700여억달러다. 두 회사 시총을 합치면 2900여억달러 거대 공룡 기업이 탄생한다.
당국 승인을 받아야하는 데 정치권 반대도 심상치 않다. 여러 사안마다 대립각을 펴온 힐러리와 트럼프 두 대선 후보 진영은 이번 사안만은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이다. 반면 AT&T와 타임워너는 “소비자에게 혁신적 미디어 사용경험을 제공한다”며 맞서고 있다.
스티븐슨 CEO는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연례 `D라이브 콘퍼런스`에 참석해 “합병 이후 시청료 인상은 없다”며 다시 한번 인수합병을 옹호했다. 그는 다음 달 출시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디렉TV 나우`를 거론하며 “100개에 이르는 채널을 보유한 `디렉TV 나우`를 월 35달러(약 4만원)의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 서비스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 2000만 TV 시청 가구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슨은 “이번 합병은 각자 고유 영역이 있는 회사 간 합병인 `수직적 통합`으로 가격구조 변화를 초래하지 않는다”면서 “합병으로 고속통신망과 무선전화, 미디어 시장에서 가격구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AT&T와 타임워너 합병이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간 결합인 `수평적 통합`과 다르다는 것이다.
제프 뷰케스(Jeff Bewkes) 타임워너 CEO도 “모든 채널이 HBO나 넷플릭스처럼 돼야 한다며 1995년부터 이야기해왔다”며 스티븐슨을 거들었다.
다음달 `디렉TV 나우`가 나오면 미국 미디어 업계의 큰 변화를 유발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케이블TV·위성TV 등 전통적 미디어가 쇠퇴하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TV와 모바일폰,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AT&T는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타임워너가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로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 시장에서 경재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협상이 성사되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절대 강자인 넷플릭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방송물을 월 9.99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자체 제작한 인기 드라마도 보유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