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조업 경기가 올해 4분기도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매출, 설비투자, 고용 등 3대 지표가 3분기에서 횡보하거나 나아지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체감경기는 더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와 자동차업종 매출 전망이 나아지고 있는 것이 희망적일 뿐이다.
산업연구원이 650개 우리나라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벌인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4분기 시황과 매출 지수가 각각 96, 99를 기록했다. 국내시장 출하, 수출, 설비투자, 고용 지수가 모두 98을 기록했다. 경상이익과 자금사정 전망은 94로 가장 낮았다.
BSI는 100 이하면 전 분기보다 악화될 것이고, 이상이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 주요 지표가 모두 100 이하를 기록, 기업들은 4분기 경영 상황이 전 분기보다도 더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시황, 매출, 국내시장 출하, 설비투자, 고용, 경상이익, 자금사정 BSI는 전 분기 전망치보다 소폭 상승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4분기 전망 BSI는 시황과 매출이 전 분기에 이어 여전히 100을 밑도는 수준이지만, 전 분기 지수보다는 소폭 상승했다”며 “수출은 전 분기와 같고, 설비투자와 고용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주요 지표가 3분기 전망치보다는 나아졌지만, 확연한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엔 힘든 형국이다.
업종별 매출 BSI는 자동차(106), 전기기계(105), 반도체(104), 화학(102), 전자(101) 등 전 분기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업종이 늘었다. 자동차는 전 분기 전망(90)보다 16포인트나 상승했고, 반도체도 6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조선·기타운송(90), 기계장비(90), 철강금속(91) 업종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제조업 3분기 현황은 시황(84)과 매출(83)이 모두 100을 밑돌았다. 세부 항목별로는 내수(83)가 수출(92)보다 상대적으로 더 부진했다. 또 설비투자(98)와 고용(96)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경상이익(82)과 자금사정(85) 부진은 지속됐다.
이처럼 우리 산업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제조업이 위기에 빠졌지만, 정부 정책 대안이나 정치권 위기의식은 전무한 상황이다.
역대 최악 평점의 국정감사 뒤 예산정국이 바로 이어지지만 국가 경제·산업 위기는 갈수록 심화될 공산이 크다. 당·정·청 협치는 고사하고 정쟁으로 날이 새면서 연말 우리 경제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산업계 전문가는 “정국 주도권 다툼을 위한 정쟁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국가위기 탈출과 내수 침체 극복이라는 절체절명의 현안부터 푸는 게 순서라고 본다”며 “이럴 때 당파를 초월한 해법과 정책 추동력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전체 주요 항목별 BSI]
[제조업 주요 업종별 매출 BSI]
(자료:산업연구원)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