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가 22일(현지시간) 타임워너와의 인수협상을 타결하면서 이동통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초거대 미디어 공룡이 탄생할 전망이다. AT&T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버라이즌에 이어 2위고 타임워너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컴캐스트와 디즈니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거대 통신과 거대 콘텐츠 간 만남인 것이다.
두 거대 기업 간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미국 이동통신 업계는 물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유례없는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인수합병 금액은 올해 글로벌 M&A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그동안 이 분야 최고 인수합병이었던 2011년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 인수합병(M&A)을 뛰어 넘는 규모다. 합병사 CEO는 스티븐슨 AT&T CEO가 맡는다.
두 회사가 합병 소식은 블룸버그가 지난 20일 가장 먼저 알렸고 언론보도가 나가자 지난 몇주간 비밀리에 합병 협상을 해온 랜들 스티븐슨(Randall Stephenson) AT&T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뷰케스(Jeff Bewkes) 타임워터 CEO가 논의를 가속, 22일 이를 전격 발표했다.
AT&T 시총은 2260억달러, 타임워너는 720억달러다. 두 회사 시총을 합치면 2980억달러(약 340조원)로 초거대 복합기업이 탄생한다. 2011년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인수보다 훨씬 더 큰 인수합병 금액이다.
1983년 설립된 AT&T는 통신 분야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을 모색해왔다.
지난해에는 위성TV 서비스업체 디렉TV를 485억달러에 인수, 3800만 비디오 가입자를 확보한 바 있다. 2014년에는 체르닌 그룹과 공동으로 미디어사업에 투자하는 오터 미디어라는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려는 것은 타임워너가 가진 콘텐츠 때문이다. 통신망에 실어 나를 콘텐츠는 5세대(5G) 상용화를 앞두고 중요성이 더 커졌다. 타임워너는 연간 매출이 292억달러로 컴캐스트(757억달러), 디즈니(525억달러)에 이어 미국 3위 미디어업체다.
영화 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를 비롯해 CNN, 케이블네트워크 HBO, 카툰네트워크 등을 보유하고 있다. 비디오스트리밍 회사인 훌루 지분도 10% 갖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혼자 가지고 있는 콘텐츠만 해도 영화 배트맨과 해리포터 시리즈 등 막강하다.
2014년에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21세기폭스가 주당 85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거부한 바 있다. 한때 애플도 타임워너 콘텐츠를 탐내 인수를 타진한 적이 있고, 구글 역시 타임워너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이 성공하면 AT&T는 자사 모바일 고객에 이들 콘텐츠를 제공,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과 경쟁에서 우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버라이즌은 콘텐츠 강화를 위해 야후 인수전에 참여, 지난 7월 4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바 있다.
두 회사가 합의했지만 인수 합병이 순조로울지는 지켜봐야 한다. 우선 액수가 크기 때문이다. 인수액이 850억달러에 달하는데 AT&T가 가진 현금은 72억달러 밖에 안된다. 추가 대출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6월 말 현재 AT&T는 빚이 1200억달러나 된다. AT&T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 두 회사 합병 소식에 지난 금요일 AT&T 주가는 떨어지고 타임워너 주가는 오른 이유다.
당국 승인 여부도 변수다. 경쟁 제한을 우려해 당국이 승인을 불허할 수도 있다. AT&T는 2011년 같은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을 인수하려했는데 당국이 불허, 불발된 바 있다. 이번 인수 계약이 당국 반대로 무산되면 AT&T는 타임워너에 5억달러(5700억원)를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AOL이 타임워너를 1600억달러에 인수했는데, 이는 M&A 사상 최악의 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AT&T와 타임워너
자료:각 회사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