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대표 물러나기로…이해진 창업자도 의장직 사임
네이버가 8년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한다. 이해진 창업자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유럽·북미 시장 진출에 주력한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 격화에 대비하고 모바일 시대 새로운 성장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경영진 개편이다.
네이버는 20일 김상헌 대표에 이은 차기 대표로 한성숙 서비스 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한 부사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 승인과 이사회 결의를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된다. 네이버와 옛 다음커뮤니케이션, 카카오를 통틀어 국내 포털업계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한 부사장은 옛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인터넷산업 초창기부터 업계에 몸담았다. 2007년 네이버에 합류, 서비스 전반을 총괄했다. 사용자 요구를 선제 파악, 시장 흐름과 엮어 사업·실행화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 부사장은 대외 업무 중심인 김상헌 대표와 달리 사실상 네이버 비즈니스 전반을 총괄했다.
네이버는 “한 내정자는 열린 커뮤니케이션과 평가 등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했다”면서 “네이버 크리에이터들을 해외 사용자와 이어 주는 전진기지 수장으로서 네이버를 탄탄하게 이끌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내년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네이버 등기이사와 라인 회장직은 유지하면서 글로벌 사업에 매진한다. 이 의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수차례에 걸쳐 글로벌 사업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일본·미국 증시 동시 상장으로 첫 해외 성공 스토리를 썼지만 유럽과 북미 시장 진출이 미흡하다고 자평했다.
김상헌 대표는 내년 3월 신임 대표 취임 때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돕는다. 이후 경영자문으로서 네이버 글로벌 성장을 지원한다. 김 대표는 2009년 4월 네이버 대표 취임 후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이해진 의장과 호흡을 맞춰 인터넷업계 장수 CEO로 활약했다. 인터넷과 스타트업기업의 상생과 제도 개선 등에 힘썼다.
네이버가 최고 경영진을 교체한 것은 사실상 김 대표가 취임한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선제 개편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조직 내부에도 긴장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내년 신임 한 대표 체제를 토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시장 차원에서는 갈수록 거세지는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정보기술(IT)기업 공세에 대비한다. 네이버는 PC 시대에는 추종 불허의 경쟁력을 유지했지만 모바일 시대 전환 이후 구글 등에 적지 않은 시장을 내줬다.
해외 진출도 지속 강화한다. 이 의장이 강조한 대로 다음 타깃은 유럽과 북미 시장이다. 이 의장은 지난달 말 유럽 스타트업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해외 사업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또 다른 해외 시장에 나가 성공을 이루는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