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스마일게이트 PD에게 “업계 최고 `오타쿠(한 분야에 몰두 하는 마니아)`로 불리는데 기분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김 PD는 “뭐든 최고라는데 기분 좋죠”라며 웃었다.
김 PD는 1999년 게임업계에 입문해 판타그램과 넥슨을 거쳐 스마일게이트에서 모바일게임 `큐라레 마법도서관`을 총괄했다. `샤이닝로어` `마비노기` 개발에 참여했다.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가 외부에 공개될 때 행사기획을 총괄했다.
김 PD는 자타가 공인하는 `모에(MOE, 캐릭터에 인격을 부여하고 애정을 쏟는 현상)` 콘텐츠 국내 최고수다.
2014년 NDC에서는 모에 현상을 학술적으로 정리한 모에론을 선창했다. 김 PD는 “모에가 강조된 게임을 만들려면 캐릭터를 의도대로 구상하고 배치해야 한다”면서 “참고할 수 있는 분석법이나 작법이 필요해 정리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큐라레 마법도서관은 김PD의 개발 방향성이 녹아있는 게임이다.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를 수집, 교환하고 이를 활용해 경쟁하는 TCG(Trading Card Game)다. 2014년 출시 이후 콘솔기기 PS4로 재해석됐고 올해 일본에 수출됐다.
기존 한국 게임은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삼아 콘텐츠 확장이 쉽지 않았다. 큐라레 마법도서관은 세상 모든 정보가 기록된 바벨의 도서관이 폭발한 이후를 세계관으로 삼았다.
배경을 특정시대에 한정 짓지 않아 콘텐츠 확장 폭이 넓다. 레바와 이말년 서유기 등 웹툰 작가 혹은 웹툰과의 콜라보로 캐릭터를 추가하는 등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했다.
애니매이션풍 그래픽과 모에 요소를 합친 게임은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급부상했다. 넥슨이 출시한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를 비롯해 `여신의 키스` `몬스터슈퍼리그` `데스티니 차일드` 등이 모바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 PD는 “(개발 규모부터 차이가 나) MMORPG처럼 이른바 `대세` 장르에서 중국보다 경쟁력을 가지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참신한 기획으로 개성이 강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장차 한국 게임산업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가상현실(VR)이다. 캐릭터와 콘텐츠 몰입도를 높이는 데 좋은 도구라는 판단이다. 김 PD는 “1~2년 안에 수익이 나는 시장이 형성된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장기적으로 VR와 AR가 게임 주류가 되는 것은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VR는 창의적 아이디어나 표현방법이 중요하다”면서 “인디게임사나 소형 회사에서 과감한 콘텐츠 창작을 시도하도록 누구나 활용 가능한 VR 인프라(공간, 시설, 인력)를 만드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리소스 제작에 필요한 3D 스캔, 모션 캡쳐, VR 레코딩 스튜디오를 확충해 합리적인 가격에 개방하고 국내 주요 랜드마크를 3D화해 오픈소스로 만드는 것을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