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무법인 중 태평양이 공정거래위원회 상대 소송에 가장 많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평양에 이어 김앤장, 율촌, 세종, 화우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공정위 상대 소송 기업의 대형로펌 선호 경향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공정위에 소송한 건수가 가장 많은 대기업은 현대자동차와 SK로 조사됐다.
17일 공정위 국정감사 자료를 본지가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동안(2012~2016년)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한 기업의 법률대리인 중 1위, 2위는 각각 태평양과 김앤장이었다.
태평양은 5년 동안 공정위 상대 소송을 총 80건 맡았다. 2013년(8건)과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2016년(3건)을 제외하면 매년 20건 넘게 공정위와 소송전을 벌였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총 69건 소송을 대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3위와 4위는 각각 율촌과 세종이 차지했다. 율촌은 총 59건, 세종은 52건 소송을 맡았다. 5~8위는 화우(46건), 광장(36건), 바른(29건), 에이펙스(16건)으로 나타났다. KCL, 대륙아주, 지평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5년 동안 승소한 횟수(기업측 완전승소 기준)는 김앤장이 6건으로 가장 많았다. 태평양은 4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세종(3건), 화우(3건)가 뒤를 이었다.
공정위 상대 소송은 사실상 대형로펌이 `싹쓸이`했다. 사건 성격과 관계 없이 통상 `톱10`으로 꼽히는 대형로펌이 공정위 사건 대부분을 맡았다. 중소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고용하거나 직접 소송한 사례는 소수에 불과했다.
한 법률 전문가는 “공정위와 소송시 기업들은 거액을 들여 대형로펌을 법률대리인으로 고용한다”며 “대형로펌 실력이 좋은 이유도 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기업 법무 담당자의 면피성 선택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5년 동안 공정위 상대 소송이 가장 많은 대기업(계열사를 포함한 대기업집단 기준)은 현대차(15건)와 SK(15건)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가맹사업법 위반, 담합 등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아 소송에 나섰다. SK는 불공정거래, 담합, 하도급법 위반 등으로 공정위와 법적 분쟁을 겪었다.
이어 대우건설(14건)·대림(14건), 포스코(13건)가 공동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삼성과 롯데도 각각 12건 소송을 제기했다. GS는 11건, 한화와 태영은 각각 9건을 기록했다.
대기업의 공정위 상대 소송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과징금 부과 사건은 기업이 일부승소만 해도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로펌 고용 비용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평가다.
2012년부터 5년 동안 공정위가 패소 등으로 취소한 과징금은 총 9955억원(과징금 취소 후 과징금을 재산정한 부과 내역은 반영하지 않음)에 달했다. 과징금 취소액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2408억원, 3853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9월까지 3309억원을 기록했다.
공정위는 “2014~2016년은 일부 대형 과징금 사건 패소로 이례적으로 규모가 크다”며 “소송 패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불복해 소송한 기업의 법률대리인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국감자료 분석)>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