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외부 활동 규정 강화에 따른 국·공립 대학 교수들의 대외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국가 연구개발(R&D) 현장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국가가 투입하는 자금이 19조원이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국·공립 대학 교수들은 R&D 과제 기획자문회의 참여를 꺼린다. R&D 지원 기관 전문가들은 현장 방문 약속을 아예 잡지 않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공직자 외부 활동 규정이 강화된 데 이어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까지 시행되면서 극심한 몸 사리기가 R&D 현장을 옥죄고 있다.
16일 관련 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R&D 전담 기관들이 과제 기획에 참여할 학계 전문가 확보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R&D 전문 기관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국·공립 대학 교수들이 기획회의 진행 시간과 횟수를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한 달에 세 번, 6시간 이내로 출장이 제한돼 출장 다닐 때 제한이 걸리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내년 R&D 과제 발굴을 위한 기획자문회의에 아예 못 오겠다는 교수들도 있다”면서 “(출장을 나가려면) 사전 신고를 해야 하고, 한 달에 나가는 횟수도 제한돼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자 외부 활동 규정을 강화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시행된 청탁금지법 여파로 교수들이 아예 외부 활동을 꺼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권익위는 지난해 9월 외부 강의 횟수와 시간을 `월 3회, 6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외부강의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부득이한 사유로 규정 이상 강의를 하면 행동강령 책임관 검토를 거쳐 기관장 승인을 받도록 했다. 권익위는 이 같은 방안을 각급 공공기관에 내려 보냈다. 국·공립 대학 교수도 이 지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사립대 교수까지 `감시(?)` 대상이 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권고안으로, 기관에서 수용하기 나름”이라면서도 “기관에 어느 정도 도입됐는지는 아직 모르고, 오는 11월 시책평가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국가 R&D 과제 발굴이 시장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과제 완성도가 떨어질 것도 자명하다.
한 연구기관 전문가는 “R&D 과제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획회의를 서너 차례 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온다”면서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 풀이 위축되면 기획 내용이 부실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