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33>낙하산 인사는 조직을 망친다

Photo Image

지금 대우조선이 퇴출 절차를 밟고 있다. 대규모 적자가 나고 수주를 못했으니 애꿎은 직원 1만1000여명이 명예퇴직을 할 판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배경에는 주거래은행인 국책 은행들도 책임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 대우조선과 국책 은행에서 학식과 덕망 있는 대표이사, 사외이사, 고문들은 지금 아무 말이 없다. 장기간 분식회계가 난무하고 사장이 연임을 위해 외부에 로비해야 하는 그런 회사의 이사회 멤버로, 고문으로 근무했다는 것이 스스로도 자랑스럽지는 못할 것이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낙하산 인사를 꼽고 있다. 정치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건의 구성 요소로 낙하산을 탄 사람과 인사에 개입한 어떤 분이 계신다. 그래서 인사와 관련된 여러 적법한 프로세스는 그저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그분의 지원 아래 그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리는 한낱 전리품이 된 것이다. 낙하산이 들락거리면 조직은 화석화되면서 그때부터 급격하게 쇠망의 길을 걷게 된다.

어떤 자리에 어떤 사람이 낙하산으로 임명되면 많은 사람이 의아해 한다. 경력으로 보나 자격으로 보나 그 사람과 그 자리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낙하산을 보내면서 이분의 경력이 그 자리와 조금 연관이 있고, 다른 곳에서 잘한 분이니 좀 생소한 곳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강변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죄 없는 홍보팀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낙하산이 문제로 되는 것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아니라 논공행상으로 자리를 나눠 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조직에서 고생했고, 그분이 어려울 때 잘 따르고 있었으니 이제는 그 보답으로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좀 편히 지내시라는 뜻이다. 그러니 낙하산으로 온 사람들은 자기를 이렇게 좋은 자리에 보내 준 그분에게 큰 신세를 졌고, 그래서 그분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는 것을 인간적 도리로 아는 것이다.

넉넉한 보수, 품위 유지비, 넓은 사무실, 기사와 비서가 있다. 더 좋은 것은 일은 밑에서 알아서 열심히 해 주니 어찌 천국이 따로 있으랴! 재임 기간에 사고만 안 터지면 더 바랄 게 없다. 가끔 언론에 직원들과 소통 경영하는 사진이나 연말에 연탄 나르는 사진 정도만 나가면 된다.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연임이야 하고 싶지만 자기 스스로도 잘 안다. 자기 비슷한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 오기 위해 지금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자기는 그 조직보다 그분을 위해 열심히 충성하고, 그분이 보내는 민원인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그분이 나오시는 모임에는 항상 집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이런 조직은 대개 별로 일도 많지 않고 눈부신 실적을 낼 필요도 없다. 그저 주위 사람들에게 그분과 자주 전화 통화하고, 만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호가호위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각종 경제 지표가 너무 나쁘고, 전망도 불투명하다. 부동산만 호황이다. 지금 기업들은 투자를 안 하고 내부 유보금만 쌓고 있다. 투자가 없는데 경기가 살아날 리 만무하다. 그러니 정부 혼자서만 재정 투자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재정 투자는 경제 인프라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R&D) 쪽으로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그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난다. 재정 투자를 받아서 집행하는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이나 인사에서 정치적 외압을 피하기 어렵다. 돈 주는 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들 기관의 수장이 낙하산으로 임명되다 보니 재정 투자의 효율성이 높지 못하다. 생각이 딴 데 있는 사람들이 재정 투자의 장기적 효과를 내기 위해 동분서주할 리가 없다. 그러니 재정 투자가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잘 알고 있다. 인사에 실패하면 모든 것에 실패하는 것이다. 인사 실패는 낙하산으로부터 출발한다. 조직은 수장의 그릇만큼만 큰다. 그릇이 되지 않는 사람을 낙하산으로 보내면 조직은 망가진다. 민간 기업은 잘못하면 망해 버리지만 공기업은 망하지도 않고 그저 예산만 밑 빠진 독처럼 흘러들어 간다. 낙하산은 무서운 것이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