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이언트 세콰이어와 갤럭시노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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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를 기다리는 나무가 있다. 자이언트 세콰이어가 그 주인공이다. 모든 생물이 타는 시간에 이 나무의 씨앗은 비로소 싹을 틔운다. 타고 남은 재는 움터 오르는 새싹에 최적의 영양분이 된다.

자이언트 세콰이어 숲에서 불은 파괴가 아닌 새로운 탄생이다.

스마트폰 생태계에 화재가 발생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이다. 1995년 불량 애니콜 15만대를 불태운 지 20년 만에 비슷한 사태가 발생했다. 첫 발화 이후 공식 리콜 등 신속한 사후 대응은 찬사가 뒤따랐다. 판매 재개에도 속도를 냈지만 또 다른 발화에 직면했다.

`최고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갤럭시노트7 출시 초기 수요를 맞추지 못해 곤욕을 치러야 한 삼성전자로선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불을 끄는 데 힘을 모야야 할 때다. 갤럭시노트7 단종 선언이 끝이 아니다. 철저한 원인 분석 등 빈틈없는 수습이 뒤따라야 한다.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신뢰와 기대가 달라질 게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국가기술표준원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CPSC) 조사 결과를 숨김없이, 최대한 빠르게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철저한 원인 분석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도 급선무다.

차기작으로 고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은 문제 있는 제품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 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이 `새로운 시작으로서의 불`이 되려면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속도보다 내실이 중요하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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