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최고의 에너지입니다. 자꾸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세계 여행을 하게 만든 원동력입니다.”
정보통신전문가에서 여행가로의 변신. 한국인 최초 240개국 여행을 마친 이해욱 전 KT 사장(전 체신부 차관)은 이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240개국은 유엔 등록 국가는 물론 자치령 등을 포함한 `세계 모든 국가`다. 이 전 사장은 40여년 동안 해외를 돌아다녔다. 퇴직 이전 출장 목적으로 방문한 국가도 있지만 대부분 본인 의지에 의한 여행이다. 돈과 시간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의욕과 열정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 전 사장은 공무원 시절이던 1972년 업무 차 일본을 처음 방문했다. 이후 출장으로 40여 국가를 다녔다. 러시아나 중국과의 관계 등 여러 이유로 세계 모든 나라 여행은 꿈꾸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KT를 은퇴하면서 여행을 본격 다니기 시작했다.
이 전 사장은 “은퇴 이후 다른 지역보다 국가 간 여행이 자유로운 유럽을 가장 먼저 타깃 삼아 여행을 시작했다”면서 “여기 저기 두서없이 가는 게 아니라 한 대륙을 정해 두고 모든 국가 방문을 마치면 다른 대륙으로 여행지를 옮기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유럽 여행을 마무리한 다음엔 북미와 남미 대륙, 오세아니아(태평양), 아프리카 대륙 순으로 여행을 다녔다. 거리상 가까운 아시아 국가는 틈틈이 방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에 자신감이 붙었다.
이 전 사장은 “체류 기간이 짧은 국가에서는 시티투어 버스나 택시를 이용했고, 현지 선교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면서 “독일 라인강 로렐라이 언덕에서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각자 자국 언어로 로렐라이 언덕 노래를 제창하는 모습은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말했다.
즐거운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문화 차이, 현지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비자가 필요 없다고 했다가 막상 가보니 비자를 요구하는 나라도 있었다. 비자 문제로 추방을 당한 곳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유엔 가입 193개국의 여행을 마쳤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자치령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 여행을 시작했다. 마지막 국가는 아프리카 대륙 서쪽 남대서양에 있는 영국 식민지 세인트헬레나 섬이었다.
이 전 사장은 “세인트헬레나에 간 것은 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세인트헬레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배로 5박 6일을 가야 한다. 고령의 이 전 사장에게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하지만 험난한 뱃길도 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이 전 사장은 “여행을 하면 다양한 것을 보고 공부할 것이 많아 세상을 보는 눈이 뜨인다”면서 “무엇보다 꿈꾸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한 240개국 여행을 마쳤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금까지보다 편안하고 즐길 수 있는 여행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