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단종하면서 부품 협력사 재고 처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재고 손실은 보전해 주는 정책을 펼쳐 왔다. 협력사들은 기존 관례를 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대신 다른 스마트폰 생산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재고 부품이 일부 해소되는 한편 부품 공장 가동률도 차츰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 업계에서 당장 우려하는 것은 부품 재고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원활한 부품 생산 및 수급을 위해 협력사에 스마트폰 생산 계획을 사전 공유한다. 부품 협력사는 통상 1개월치 부품을 만들어 둔다. 그러나 갤럭시노트7을 단종 조치하면서 만들어 놓은 부품이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됐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A사 관계자는 “단종으로 재고 손실 우려가 생겼다”면서 “삼성전자의 사후조치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단종에 따른 보상조치에 대해 삼성으로부터 받은 정책이 없다”며 “추후 논의 과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11일 생산 중단에 이어 12일 갤럭시노트7 단종 조치를 결정했다. 새로 만든 갤럭시노트7에서도 배터리 발화 사고 보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르면서 시장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다시 리콜을 하더라도 갤럭시노트7에 대한 신뢰 회복은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재고 손실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력사들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도 후속 대책에 기대하는 분위기다.
B사 관계자는 “삼성 발주에 따라 부품을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 있는 조치가 나올 것”이라면서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어 믿고 있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은 재고 처리에 대해 뚜렷한 방침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생산 중단을 결정하고 재고 현황을 파악했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내리기에는 시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주목되는 건 이번 주에 나올 삼성의 생산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매주 목요일이나 금요일 생산 계획을 협력사와 공유한다. 그때 노트7 단종에 따른 대안이 구체화돼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삼성은 주 단위로 계획을 업데이트해 주말쯤 물량 변동이 어떻게 되는지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노트7 단종에 따른 후속 대책으로 예상되는 건 갤럭시S7 시리즈 출하 확대다. 올 3월에 출시된 갤럭시S7 시리즈는 노트7과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고, 삼성전자에서 생산량 및 판매량이 가장 많은 인기 제품이기 때문이다.
노트7 공백을 메우기 적합한 데다 갤럭시S7은 또 노트7과 공통된 부품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7용으로 생산하던 부품들을 갤럭시S7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로, 삼성전자는 노트7 단종에 따른 협력사 재고 보상 부담도 덜 수 있게 된다.
B사 관계자는 “노트7의 전면 카메라 경우 갤럭시S7과 동일해 삼성전자가 S7 생산량을 확대할 경우 그나마 충격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 A·J 시리즈와 같은 중저가 제품을 확대해 협력사들이 실적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일각에서는 갤럭시S7 차기작인 가칭 갤럭시S8을 조기 출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지만 이는 현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갤럭시S8은 하드웨어(HW)상 변화가 크고, 일정을 앞당기면 이번 배터리 문제처럼 품질 이슈가 재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노트7 단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후방 부품업계 충격은 불가피해졌다.
삼성은 지난 7월부터 월 250만대 규모로 노트7을 생산해 왔다. 연말 성수기 수요에 대비해 10월에는 30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