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문사도 `벤처투자`...벤처투자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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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가 벤처금융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증권사와 투자자문사 등 여의도 증권가 주요 투자사가 비상장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신기술사업금융업(신기사)에 진출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일 현재 금융감독원에 신기술금융업 등록을 마친 회사는 총 63개사다. 지난해 말 51개사에서 12개 늘었다. 2015년에도 총 9개사가 신기사로 신규 등록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신기술금융업은 신기술을 사업화하는 중소·벤처기업(신기술사업자)에 투자나 융자를 해주는 여신전문금융사다.

올해 들어 신기사 등록이 크게 증가한 것은 금융위가 지난 4월 증권사의 신기사 겸영을 허용해서다. 올해 등록한 12개 신기사 가운데 7개사가 증권사다.

현재까지 한국투자증권, 코리아에셋증권,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유진투자증권이 신기사 등록을 마쳤다.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선정된 키움증권과 K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과 신영증권도 신기사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달 등록을 목표로 금감원에 신기사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서 독립한 `증권맨` 출신 신기사 등록이 이어졌다. `미스터펀드`로 불리던 미래에셋 출신의 구재상 대표는 지난해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산하에 케이클라비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시너지IB투자도 시너지투자자문을 거느린 시너지파트너사의 계열사다. 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에는 자산운용사 운용역과 창업투자회사 심사역이 핵심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증권맨의 신기사 진출이 이어지는 것은 여신 업무보다는 투자 업무에 가까운 특성 때문이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역시 사모펀드(PEF)를 통한 벤처투자에 나설 수 있지만 신기사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적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PEF는 자본시장법을 따라야 하지만 신기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속해 있어 규제가 덜 하다”며 “기본적으로 신기사는 여신업을 영위하는 만큼 기업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신기사를 등록한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창투사에 비해 투자 제한이 없는 신기사 설립 요건을 완화하면서 핵심 투자인력이 증권사와 신기사로 넘어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증권맨들이 신기사에 눈독을 들이면서 여신업계 주도권까지 가져갈 기세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신기사로 등록된 63개사 중 신기술투자 실적이 있는 회사는 지난 1분기 기준으로 31개사 뿐이다. 대표적 여신금융회사인 카드사 대부분은 신기사 등록 이후 투자에 전혀 나서지 않는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가 신기술금융 투자에 나서지 않는 데에는 전문 인력 부재와 리스크관리에 더욱 치중하는 기업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수십년간 카드업무만 해왔기 때문에 핀테크 등 신기술사업에 큰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대부분 금융지주사 위주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자회사인 카드사가 신기술금융에 직접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신기사 설립 자본금 요건을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완화하고 중견기업에도 투자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투자업계의 영향력은 더울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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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신기술사업금융사 신규 등록 회사 명단

자료:여신금융협회

증권사, 자문사도 `벤처투자`...벤처투자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